붉은악마가 여성 법조인 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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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월드컵의 영향으로 2000년대 들어 여성 법조인이 100여 명 더 탄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박종희(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 워싱턴대 앤드루 마틴 교수와 함께 쓴 ‘붉은악마가 한국 법조인을 다양하게 했는가’란 제목의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박 교수는 4년 주기로 6월에 열리는 월드컵이 사법고시 2차 시험 기간과 일치하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대표팀이 4강까지 오른 2002년 대회부터 축구 인기가 급상승했다는 점에 착안해 2002~2010년 사이 열린 월드컵이 남성들의 시험 결과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박 교수는 세 차례 월드컵이 개최된 해와 이듬해의 여성 사시 2차 합격자 비율을 나머지 연도와 통계학적 방법론을 써 비교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하면 그해와 이듬해 두 번 2차 시험을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박 교수는 “월드컵 효과로 인해 2003~2012년 총 106명의 여성(신뢰구간 95%)이 추가로 사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고시생 사이에선 2차 시험을 앞두고 월드컵 TV 시청에 집중하는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축구에 덜 열광적인 여성 응시생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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