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무섭고 과감한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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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본선 32강전)
○·장웨이제 9단 ●·강동윤 9단

제5보(52~62)=백△를 외면하고 흑▲로 둔 것은 실로 끔찍한(?) 모험입니다. ‘강렬한 배짱’은 현대 전투바둑의 한 특징인데요, 한방에 무너질 수 있는 이런 수를 강동윤 9단의 바둑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장웨이제 9단도 쉽사리 A 쪽을 받아주지 않는군요. 신중하고 두터운 기풍이지만 지금은 ‘기회’라고 직감하고 52, 54로 날카롭게 흑▲의 빈틈을 노립니다.

제 아무리 고수라도 가슴 떨리는 장면입니다. 55로 한방 선수했지만 흑은 결국 57로 받아야 했고, 백 역시 당장 싸울 수는 없으므로 58로 연결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요. 흑이 손 뺄 수 있느냐, 그게 초점이지요. “손 뺄 수 없다”가 정답입니다. ‘참고도1’ 백1~5로 끊기면 흑은 좌변이 사활에 걸리거나 또는 B로 돌파당하게 되겠지요. 흑은 하변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했으므로 이곳이 거덜나면 곧 전 재산을 날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61로 응수했고 백은 소원대로 62로 돌파했습니다. 백이 잘 두고 흑이 망한 걸까요? 아니랍니다. 흑은 57, 61 등으로 하변을 더욱 키웠고 무엇보다 59의 한방이 좋았다는 게 박영훈 9단의 분석입니다. 백은 ‘참고도2’처럼 응수하는 게 맞지만 그건 흑도 손 빼고 상변을 둘 여지가 발생합니다. 해서 60으로 받아야 했고, 그 바람에 귀에 좋은 맛이 생겼습니다. 참으로 무섭고 아슬아슬한 거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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