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내 첫 민간담배 '이프' 인기

중앙일보

입력

자본금 3억원의 벤처기업이 제품 출시 한달 만에 매출 30억원.

한국담배인삼공사의 담배제조 독점권이 폐지되자마자 첫 민간담배 '이프(if)' 를 출시한 구강물산(http://www.gookang.com)의 실적이다.

'이프' 는 담배전문 벤처기업인 구강물산이 자체기술로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생산해 국내에 들여오는 제품.

한갑에 2천원으로 비싼 값인데도 담배인삼공사와 외국담배회사가 겨루는 국내 담배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담배시장이 월평균 4천억원 규모인 것에 비하면 매출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판매망도 제대로 없고 광고도 안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 회사의 이호석 기획실장은 "소매상들의 주문이 몰려 물량이 달릴 지경" 이라고 말했다. 제품 성공이 알려지며 벤처업계 침체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투자 제의가 몰리고 있다는 귀띔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의 반응에 고무된 구강물산은 9월부터 공급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올해 국내시장 매출목표도 1천3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 목표가 이뤄진다면 자본금 3억원의 작은 벤처기업이 제품 출시 반년만에 5조원 가량의 국내 담배시장을 2% 이상 파고드는 기적이 일어나는 셈이다.

구강물산은 지난해 12월 산업기술평가원으로부터 8천6백만원의 신기술창업보육자금까지 받은 벤처업체. 이 회사의 경쟁력은 담배잎 가공기술이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최초로 특허도 땄다. 술과 물에 몇가지 한약재를 첨가한 혼합액에 담배잎을 넣어 발효시키는 생화학적 방법으로 담배잎에 포함된 니코틴과 타르 등 독성물질을 크게 줄이면서 담배맛을 살린 게 특허의 내용이다.

기술개발을 주도한 구강물산 김인재 회장은 중국에서 한의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독성물질 전문가.

그의 꿈은 이프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98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구강물산은 중국.옛 소련.동남아국가 등의 바이어와 수출상담을 하고 있다.

첫 민간담배가 세계상품으로 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다. 홍보를 맘대로 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제약이다.

국민건강증진법 등 관련법이 담배광고에 대해 횟수뿐 아니라 성분비교 공표 등을 금지하고 있어 제품을 알릴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담뱃갑에 새겨진 '특허' 라는 단어마저 시비의 대상이 될 정도다.

구강물산 관계자는 "담배가 인체에 유해한 제품이라는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거대한 세계 담배시장을 두눈 뜨고 포기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고민은 국적 논란. 검은 색의 이프 갑에는 'Made In China' 가 찍혀있다. 민간담배를 제조하려면 자본금 3백억원과 연간 50억개비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지키기 어려워 중국 쿤밍(昆明)궐련창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구강물산 관계자는 "일본 소니가 싱가포르에서 물건을 만들었다고 누가 싱가포르 제품이라고 여기느냐" 며 "이프도 엄연한 한국 브랜드" 라고 강조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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