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도움으로 46년 만에 혈육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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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순금씨 가족. 왼쪽부터 큰언니 순학씨, 순금씨, 어머니 남현조씨, 둘째 언니 순남씨.

“엄마, 언니 왜 날 안 찾았어.”

 김순금(54·여)씨는 지난 3일 46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큰언니를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다. 어머니 남현조(88)씨와 큰언니 순학(58)씨는 “삼척에 있는 줄 알고 거기만 찾아 다녔어”라며 함께 울었다.

 순금씨가 가족과 헤어진 때는 1966년. 당시 여덟 살이었던 그는 강원도 태백 에서 알고 지내던 아줌마의 손에 끌려 서울행 기차를 탔다. 신당동 한 부자집에 보내진 순금씨는 서른 살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기까지 22년 동안 ‘식모살이’를 했다. 아들과 딸 모두 대학에 보냈다. 가족이 그리웠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게 없어, 찾을 수 없을 거야’라며 포기하다 지난달 23일 집 근처 구로경찰서를 찾았다.

 “태백 인근에 살았는데, 아버지가 벌목하다 돌아가셨고 산소 근처엔 밭이 있었어요.” 순금씨가 서제공(55) 실종팀장(경위)에게 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서 팀장은 전국의 경찰서에 전화를 돌려 순금씨가 살던 곳이 경북 봉화군 석포면 반야마을이라는 걸 알아냈다. 지난달 27일 토요일. 서 팀장과 황순호(32) 형사가 휴일을 반납하고 순금씨와 이 마을을 찾았다. 기적 이 일어났다. 한 주민이 “내가 아는 사람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 주민은 순금씨의 둘째 언니 순남(56)씨 아들의 명함을 건넸다. 순금씨 가족들을 46년 만에 이어준 명함이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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