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은 긴축 아우성인데 … EU는 뭉칫돈 펑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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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이 긴축재정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헤픈 씀씀이가 도마에 올랐다. EU 정상들은 22~23일 브뤼셀에서 만나 2014~2020년 예산 1조 유로에 대한 지출 계획 등을 논의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8일(현지시간) 유럽의회가 EU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가 꼽은 대표 사례는 브뤼셀에 건립 예정인 유럽 역사박물관 사업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억 유로 이상이다. 게다가 회원국 사이에 유럽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견도 심하다. 당초 계획은 그리스 문명부터 포함시키자는 것이었지만, 당장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의미 있는 사건을 추리는 과정에서도 서로 다툼이 생겨 결국 EU 창설이 처음 논의된 1946년 이후의 역사부터 다루는 ‘반쪽짜리 박물관’이 됐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의회의 ‘두 집 살림’도 꼬집었다. 유럽의회 청사는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 하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또 하나가 있어 의원 및 보좌진과 EU 관계자들은 매달 두 곳을 오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 연간 1억8000만 유로에 이른다. 회원국들을 대표하는 유럽이사회 역시 3억1000만 유로를 들여 현재의 호화로운 본부 건물 옆에 새로운 청사를 짓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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