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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일제 731부대 만행 세계유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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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등록 후보로 선정한 하얼빈의 옛 일본 관동군 731부대 유적지. [중앙포토]

중국 정부가 일제 관동군 731부대 터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진 후보로 확정했다. 중국·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가문물국은 731부대가 있던 자리와 자금성 등을 포함한 베이징 도심 일대 등 45곳을 세계 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후보 대상으로 17일 선정했다. 731부대 유적지가 위치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등 지방정부가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한 적은 있으나 중앙정부가 공식적으로 등록 후보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 대해 중국 정부가 ‘역사 카드’를 본격 활용하고 나섰다는 의미도 있다. 중국 측은 그동안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 원폭 돔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만큼 731부대 주둔 부지도 충분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731부대 터는 옛 일본군이 세균무기 개발 및 실용화를 목적으로 설치한 관동군 부대가 주둔하던 곳을 말한다. 일제는 1936년부터 45년 여름까지 전쟁 포로가 되거나 기타 사유로 구속된 한국인·몽골인·중국인 등 3000여 명의 ‘마루타(통나무란 뜻으로 실험 대상)’에게 각종 세균 실험과 약물 실험 등을 자행했다.

 731부대는 악명 높은 ‘동양의 아우슈비츠’로 통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 독일이 1940년대 초 설치해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곳으로 유네스코가 7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해 보존하고 있다. 731부대 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일제의 반(反)인류 범죄 행위가 영구히 기록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그동안 731부대 유적지 보호를 강화해 왔다. 헤이룽장성과 하얼빈시는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의결을 거친 ‘중국 침략 일본군 제731부대 유적지 보호 조례’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 조례에 따라 731부대 유적지 보호구역은 부대 본부는 물론 세균탄 제조 창고, 당시의 일본 영사관, 야외 실험장 등으로 확대돼 있다. 일제는 제2차 세계대전에 패해 철수하면서 731부대 시설물 대부분을 폭파해 증거물을 은폐하려 했으나 731부대 본부 건물 등은 남아 있다. 하얼빈시는 2002년부터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계획했었다.

 이날 중국 국가문물국은 남북 약 8㎞의 중축 선을 중심으로 한 좌우 대칭형으로 펼쳐진 베이징 거리 전체에 대해서도 세계문화유산 등록 후보로 선정했다. 베이징시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옛 시가지의 외벽과 고궁을 둘러싼 벽에 있던 벽돌 성문 등 약 100개의 건물을 대상으로 재건·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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