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 관광객 1000만, 관광대국 도약의 계기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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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10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달 말까지 946만 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21일께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연말까지는 1200만 명도 기대해 볼 만하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1978년 100만 명을 돌파한 지 34년 만에 10배로 늘어났고, 2000년 500만 명에서 불과 1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셈이다. 한국의 관광산업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한류 열풍과 중·일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급증한 것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에 비해 관광산업의 내실은 여전히 미흡하다. 외국인 관광객은 2005~2011년 사이 64%나 증가했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쓰고 가는 비용은 연평균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요 관광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훨씬 적게 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관광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고용 유발 효과도 낮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공되는 관광상품이 주로 저가 관광과 단기 체류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숙박시설 부족과 언어 소통의 불편, 안내 표지판 부족 등 부실한 관광 인프라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국을 싸구려 관광국에 머물게 하는 이유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돌파를 계기로 오는 2020년에는 2000만 명을 유치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홍콩에 버금가는 관광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한 관광 인프라와 바가지 상혼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요원한 목표다. 또한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 숫자만 늘린다고 관광대국이 되는 게 아니다. 관광산업을 국내 서비스산업의 주력으로 키우려면 의료 및 회의·컨벤션·전시(MICE) 등과 결합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저가 관광과 단기 체류 위주의 외국인 관광 행태가 바뀔 수 있다. 그러자면 먼저 의료 등 관련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