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 주범은 담배 … 45세 이전에 반드시 금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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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국내에는 약 60만 명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병원장)는 “통계보다 두 배 정도 많을 것”이라며 “이들 숨은 환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병에 대한 인식이 낮고, 증상이 서서히 진행해 눈치를 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COPD는 서서히 생명을 좀먹는 질환이다. 그러다 폐렴이 겹치면 사망 위험이 급증한다. 중앙일보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COPD 등 호흡기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파란 풍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COPD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이며,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게 병의 진행과 심각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림대성심병원]

“4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 30%”

중앙일보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독자를 대상으로 COPD의 심각성, 합병증인 폐렴의 위험성에 대해 설문했다. 10월 말부터 3주 동안 온라인에서 진행한 설문에 578명의 독자가 참여했다. 이 중 38명은 COPD 환자였다. 38명 중 14명은 폐렴에 걸린 적이 있었다. 설문 결과 64%는 COPD 환자가 폐렴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을 몰랐다. 또 78%는 COPD 환자가 폐렴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는 “COPD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조기 치료를 유도하기 위한 계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회가 2년 전 담배를 하루 한 갑씩 10년 이상 피운 45세 이상 남녀 791명을 조사했을 때도 응답자의 1.6%만이 COPD 검사를 받았다고 답했다. 게다가 호흡곤란·기침·가래 등 COPD 증상이 있는 사람 중 47%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올 초 COPD 4기로 진단받은 이정규(59·가명·서울 구로구)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30년 동안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웠다. 50세 때부터 숨이 조금씩 찼지만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10년간 증상을 악화시킨 셈이다. 이씨는 현재 산소통에 의지해 생활한다. 정기석 교수는 “COPD를 4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20~30%”라고 말했다.

금연하고 폐렴구균백신 접종받아야

폐가 망가지는 COPD는 돌이킬 수 없는 병이다. 조기 치료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책이다.

 COPD는 폐의 산소교환 장치인 폐포가 망가져 산소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공기가 드나드는 기관지에도 염증이 생겨 점차 좁아진다. 결국 호흡이 곤란해 사망에 이른다.

 세계에서 10초에 1명이 COPD 때문에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COPD 등 만성호흡기질환은 사망 원인 7위다.

 COPD를 일으키는 원인은 80%가 담배다. 심재정 교수는 “미세한 담배 유해물질 입자가 폐포에 축적되면 폐포가 팽창하고 터진다”고 설명했다. 매연이나 조리를 할 때 발생하는 연기 등 오염된 공기에 장시간 노출돼도 COPD에 걸린다.

 COPD 병기는 1~4기까지 있다. 1기에서 4기로 넘어가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하므로 대부분 2기에서야 발견한다. 정기석 교수는 “COPD가 있으면 심장혈관질환·폐암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COPD 발병 위험군은 하루에 담배 한 갑 이상을, 10년 이상 피운 40세 이상이다. 반 갑을 피웠다면 20년이다. COPD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빨리 발견하기 힘들다. 정기석 교수는 “감기가 없는데도 기침이 3개월 이상 지속하거나, 평지를 걸을 때 숨이 차서 다른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면 COPD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찬다.

 심재정 교수는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고, 숨이 차도 나이 탓으로 여긴다”며 “40세 이상 흡연자로 만성기침·가래가 있으면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약 1만원이 드는 폐활량 검사로 진단한다.

 예방은 금연뿐이다. 정기석 교수는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지 못하면 담배의 유해물질이 폐에 축적돼 예방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미 COPD 환자라면 폐렴처럼 치명적인 호흡기질환을 막아야 한다. COPD 4기 환자의 30%가 폐렴 때문에 사망한다. 정 교수는 “모든 COPD 환자는 폐렴구균백신 접종이 필수”라며 “COPD와 유사한 천식·기관지 확장증·폐섬유화증이 있는 환자도 권고된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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