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2개 띄운 문, 모든 것 걸겠다는 안 … 벼랑 끝 봉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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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8일 밤 서울 정동의 음식점 달개비에서 만나 단일화 협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문 후보(왼쪽 사진)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홍보 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광주 동구 대인시장을 방문했다. [김형수 기자], [연합뉴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퇴진 수용과 국민참여방식의 포기.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하루 동안 던진 두 개의 승부수다.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 꼬인 실타래를 일괄적으로 잘라내는 처방이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이날 승부수를 던졌다.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반드시 이루겠다”(18일 광주 지역 언론인과 만나)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단일화 협상 중단을 철회하고 진정성을 갖고 단일화 협상에 ‘올인’하겠다는 얘기였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의가 철저히 게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말 직전인 16일까지만 해도 후보들이 직접 충돌하고 나서는 바람에 접점이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치킨게임’(마주 보고 차를 몰고 돌진하는 게임)의 양상이었다.

 14일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문 후보의 사과에도 불구, 안 후보는 “사과만으론 부족하고 가시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15일 본지 인터뷰)고 했었다. 안 후보는 16일엔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메시지를 통해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 달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이해찬 대표 퇴진을 요구한 말이었다. 낮은 자세를 보이던 문 후보는 단일화 논의 중단을 선언한 안 후보가 “쇄신 의지를 보여야 다음 단계인 단일화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자 낯을 바꿔 정면으로 받아쳤다. 이날 오후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대표 퇴진 요구에 대해 “우리 당 문제는 우리에게 맡겨 달라”고 일축했다. 상대의 요구를 ‘내정간섭’으로 보는 불쾌감이 묻어났다.

 양측은 이렇게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채 주말을 맞았다. 그렇게 벼랑 끝으로 가던 두 후보가 18일 동시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문 후보는 당내 상황을 ‘주도적으로’ 정리했다. 문 후보 캠프의 김부겸 선대위원장은 “선대위에서도 두 진영 간 가장 치열한 갈등 요인에 대해 후보에게 양보하라고 얘기할 순 없었다”며 “주말을 거치면서도 선대위가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후보가 (이 대표 퇴진 수용이란) 결단을 내려줬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문 후보가 16일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마다하지 않은 건 나름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후보로선 안 후보의 요구에 ‘백기투항’하기보다 할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요구가 무리한 것임을 부각하고, 그러면서도 대승적 입장에서 협상의 걸림돌을 주도해서 걷어내는 모습을 보이려 한 것이란 얘기다. 문 후보는 나아가 협상 초기부터 ‘원칙’으로 강조해온 ‘국민참여방식’도 거둬들였다.

 안 후보 측이 여론조사만으로 승부를 하자고 해도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문 후보가 던진 두 가지 승부수는 결국 ‘통 큰 형님 전략’이란 말로 압축된다.

 안 후보도 이날 광주에서 단일화 협상 재개를 위해 최근 들어 가장 적극적인 언급을 했다. 그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 합동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요구한 건 인적 쇄신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려왔던 정치 관행에 대한 개선이었다”며 “이 대표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린 걸 존중하고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의 회동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오전 광주에서 문 후보와의 회동을 먼저 제안한 뒤 회동을 위해 저녁 때 잡힌 언론 인터뷰 3개를 모두 연기했다. 게임의 양상이 갑자기 ‘누가 더 진정성 있게 단일화’에 임하는가로 돌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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