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형마트 규제 강화, 소비자는 어디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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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 6월 민주통합당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줄이고 의무휴업일수를 늘리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네티즌들은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서민 괴롭히는 정책’ ‘맞벌이 부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재래시장도 밤에 문닫는데 어디 가서 장을 보라는 얘기인가’ 등이었다. “의원님들은 밤 늦게 장 보실 일이 없나 봅니다” “선거철에만 재래시장에 가지 말고 평소에도 이용하라” 등의 비아냥도 있었다.

 우리도 이 의견에 동감하는 쪽이다. 소비자 권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대형마트 규제 강화는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대는 묵살됐다. 어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영업을 더욱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끝내 통과시켰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오전 8시에서 밤 10시~오전 10시로, 의무휴업일은 월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대형마트 규제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이게 착각이고 오류라는 건 우리가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했다.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재래시장이 되살아나는 건 아니다. 대형마트는 소득수준의 향상과 쇼핑 문화의 변화 등 경제사회적 변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유통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이 위축됐고, 대형마트와 SSM이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사회 트렌드의 변화를 일개 법안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의 딱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들을 되살릴 생각이라면 경쟁력 강화가 최선의 해법이다. 국회의원들이 고민해야 할 일도 이것이다. 재래시장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그런데도 이런 고민은 하지 않고 당장 손쉽고 생색나는 대형마트 규제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이 법 때문에 고통받는 소비자들은 어찌할 셈인가. 밤 늦게까지 일하는 근로자와 맞벌이 부부는 대체 어디 가서 장을 보라는 것인가. 말 없는 소비자라고 해서 이토록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의원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국회 본회의는 개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