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 또 서글픈 사랑에 빠지다

중앙일보

입력

탤런트 이요원(21) 이 다시 애틋한 사랑을 한다. 이번엔 살인 용의자인 친오빠를 쫓는 형사가 그 상대다. 그는 KBS '푸른안개' 에서 40대 중년을 사랑했던 이신우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우리 시대 '순수' 한 사랑의 아이콘이 된 그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다.

KBS2가 월화 드라마 '쿨' 의 후속으로 다음달 3일 첫 방송할 '순정' (밤 9시50분.연출 정성효.극본 이경희) 에서 이요원은 법대를 졸업한 25세의 고시준비생 한세진 역을 맡는다.

상대역인 강력반 형사 이찬석으로는 류진이 출연한다. 신참 형사로 항상 선배들과 갈등을 빚는 반항아의 캐릭터다.

찢어진 청바지에 물들인 머리를 하고 다니지만 범인들 사이에선 '악질' 로 불릴 정도로 성격이 냉혹하다.

운명적인 사랑을 나눌 두 주인공은 가족사적인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을 갖고 태어난 세진은 어렸을 때 부잣집 앞에 버려져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찬석은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었던 아버지가 비리 사건에 휘말려 면직된 후 어머니마저 화병으로 숨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의 아버지 또한 경찰이었다.

주조연급들의 극중 가족사도 비극적이긴 마찬가지. 세진의 친오빠인 현기(이종원) 도 동생과 마찬가지로 고아원에 버려진 뒤 세상에 대한 분노를 키워왔다.

그 분노는 단 하나의 핏줄인 세진에 대한 사랑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찬석을 사랑하는 차다혜(손태영) 는 찬석의 상관인 차반장의 조카로 어려서 사고로 부모를 잃고 차반장 밑에서 자란 인물이다.

비극적 가족사와 아픈 사랑은 TV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정성효PD는 "상처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주인공들이 사람을 만나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랑을 키워가며 자아를 찾는 모습을 그리겠다" 고 말했다.

성장기의 심리적 상처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든 행동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드라마의 전개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엽기적인 그녀' 가 보여줬듯 이 드라마가 주 시청층으로 잡고 있는 젊은층의 정서는 '슬픈 과거=눈물' 이라는 등식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슬픈 멜로를 내세우는 이 드라마의 관건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슬픈 구도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것은 극단적인 상황 설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등장 인물이 보여주는 정서와 인간형을 통해 자신을 버려가면서도 상대방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형상화함으로써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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