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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수뢰 검사 수사, 경찰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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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찰이 현직 검사의 수뢰 혐의 수사를 벌이자마자 검찰이 특임검사로 하여금 동일 사건의 수사를 벌이는 사태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는 불필요한 이중수사 논란을 초래하고, 검찰이 법으로 보장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검·경 갈등을 표면화하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또는 조직이기주의적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고검 K부장검사가 수조원대의 다단계판매 사기범인 조희팔 측근과 유진그룹으로부터 8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또 K부장검사는 유진그룹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다른 검사들과 함께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죄질이 매우 나쁜 경우다. 이 사건을 경찰이 들춰내기 전까지 검찰 내부에선 자정 기능이 전혀 가동하지 않았다. 그러다 경찰 수사가 알려짐과 동시에 특임검사가 일요일에 해당 검사의 사무실과 집, 유진그룹 사무실 등 관련자 주변의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서두르고, 경찰 측은 불쾌감을 표시하며 검·경이 갈등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놓고 검찰이 일명 ‘룸살롱의 황제’ 사건을 수사하면서 룸살롱에서 상납받은 비위 경찰관을 무더기로 적발해낸 데 대해 경찰이 검찰의 비위 사실을 캐내 앙갚음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양 기관이 서로 경쟁하고 감시하며,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맑아질 수 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 룸살롱 상납 사건 이후 경찰은 부정 방지와 반부패 활동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자정 노력에 돌입했다.

 검찰은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등 거의 매년 검사들의 비위 스캔들이 터져나오고, 이런 사건들의 수사 결과는 늘 미진함을 남겨 국민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검찰의 신뢰도는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사도 경찰에서 수사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동시에 뼈아픈 자기 성찰과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통해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