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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측 전경 버스로 방어벽 치고 출입 통제 문재인 측 안내 표시 부실해 방문길이 고생길 안철수 측 연락 않고 가니 타박하며 신상 조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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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호 06면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안 기자실 모습(위).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 안 담쟁이 카페 모습(가운데). 무소속 안철수 캠프 안 카페에서 사무실을 바라본 모습(아래). [연합·문재인 캠프·뉴시스]

“세 후보의 페이스북에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동시에 날렸다. 박근혜 캠프는 답장이 없고, 문재인 캠프는 한 시간 만에 답장이 왔다. ‘전화번호와 e-메일 주소를 알려달라. 방문시 마중을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안철수 캠프는 다음날 ‘방문을 환영한다’는 답장이 왔다.”(경기대 4학년생 강예지)

대학생들이 세 후보 캠프 가보니

20대 대학생들이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캠프를 관찰한 내용의 일부다.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에 개설된 ‘미디어정치비교론’을 듣는 대학생 15명은 지난달 26일~31일 세 후보 캠프를 방문했다. 후보들이 활용하는 뉴미디어를 살폈고, 비전과 콘텐트도 평가했다. 학생들은 부문별로 10점 만점의 점수를 매겨 관찰기를 만들었다. 이 강의를 진행한 김택환 교수는 “20대 대학생들이 캠프를 방문하고, 선거 공약을 보고, 운동원을 만나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며 “추상적이고 막연했던 대선 후보와 캠프를 피부로 느끼게 됐는데, 지지 후보를 바꾼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캠프 분위기… 문>안>박
대학생들이 본 ‘선거 사무실(캠프) 분위기’는 문재인(6.92), 안철수(6.62), 박근혜(3.69) 캠프 순으로 좋았다. 주로 접근성을 따졌는데, 대학생 5명은 박 후보 캠프에 1점 또는 2점이라는 최하점을 줬다.

“박근혜 캠프는 당사 안과 맞은편 건물에 있었는데 당사 주위는 전투 경찰의 버스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전경이 출입을 막았다. 캠프에 못 들어가는 어르신도 봤다. 문재인 캠프는 방문자를 맞는 담당자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캠프 표시가 없어 찾아가는 길에 헤맸다. 안철수 캠프는 방명록과 벽의 포스트잇에 후보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쓰게 했다. 자원봉사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못하고 TV뉴스만 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만 했다.”(김령희·4학년)

“박근혜 캠프에 네 번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찾아갔더니 스파이 취급하면서 개인은 캠프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만 했다. 4명이 번갈아 가며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했다. 새누리당을 지지했는데 일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무당파로 돌아섰다. 문재인 캠프는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떡과 커피를 주며 맞았다. 그런데 정책 관련 질문은 피했다. ‘왜 문재인에게 투표해야 하는가’ 물었을 땐 당황스러워 했다. 안철수 캠프는 학생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줌마·아저씨가 많았다. 지하철 운행과 투표 방법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는데 메모도 하지 않았다.”(강예지·4학년)

“박근혜 캠프는 세 곳 중 유일하게 개방적인 카페나 시민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어린 직원에게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문이 벌컥 열리곤 나이 든 분이 ‘회장님이 오셨으니 자리를 비키라’고 했다. 직원이 취재 중이라 안 된다고 했는데도 듣지 않아 우리는 쫓겨났다. 어떤 남자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우리를 부르기도 했다. 문재인 캠프는 3개로 분리돼 있었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시민캠프, 당사의 민주캠프,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로 구성된 미래캠프다. 시민 카페엔 소파에서 잠을 자는 할아버지, 김밥을 나눠먹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사무실을 보니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팀은 자원봉사자 등 8명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굳이 비좁은 사무실에 상주하는 건 이해가 안 됐다. 안철수 캠프는 한가운데 카페가 있고 사무실들이 둘러싸고 있다. 방문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고, 방명록과 시민의 바람을 담은 포스트잇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는 질문을 포스트잇에 적을 것을 요구한 뒤 사무실에 전달했다. 사무실 안에서 내 포스트잇을 전 직원이 돌려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유리벽을 통해 비춰졌다.

직원은 ‘미리 연락하고 오지 않았다’고 나무라며 신상조사를 했다. 캠프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식상한 질문’이라고 했다.”(한이슬·4학년)
 
비전·콘텐트 호감 … 박>문>안
‘비전과 콘텐트에 대한 호감도’는 박근혜(6.69), 문재인(6.62), 안철수(5.85) 후보 순이라고 대학생들은 평가했다.

“박 후보는 중도층까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콘텐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눈에 보기 힘들고 정독을 해야 한다. 문 후보는 비전과 콘텐트가 구체적인 분과로 나뉘어 보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각 분과로 들어갔을 때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안 후보는 말하고자 하는 비전과 콘텐트를 파악할 수 없었다. 단순 정책 나열 수준이다.”(김어진·4학년)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내놓았는데 다른 후보에 비해선 조금씩 바꿔나가자는 취지다. 하지만 공약이 모호하다. 2030세대에게 외면 받는다. 문 후보는 전면 무상 복지를 주장해 좀 부담스럽다. 세금의 부담이 있다. 안 후보는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안 돼 있다. 어떻게 이룰지 제시돼 있지 않다.”(이선미·3학년)

“선관위에 제출한 세 후보의 공약이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비슷한 공약을 얘기하고 있어 굳이 세 후보를 나눌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큰 제목이 뭉뚱그려 얘기하는 것 같아 구체화된 내용을 찾아 읽어봤는데 터무니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홍은정·4학년)
 

뉴미디어 활용… 문>안>박
20대가 많이 접하는 ‘뉴미디어 활용 평가’는 문재인(8.15), 안철수(7.15), 박근혜(5.54) 후보 순이었다.

“박 후보는 캠프 의존형 스타일이다. 페이스북은 50건 중 48건, 트위터는 50건 중 47건이 캠프에서 작성한 것 같았다. 페이스북의 ‘친근혜(박근혜)’는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포스팅 내용은 딱딱한 느낌이다. 문 후보는 SNS에서 직접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페이스북은 50건 중 17건, 트위터는 50건 중 27건이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였다. 영화 ‘광해’를 보고 난 뒤 눈물을 훔치는 사진을 공개하는 감성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안 후보는 역할 분담형이다. 평소 소통을 강조해왔지만 개인 트위터도 15일에야 개설했고 페이스북에는 개인 페이지가 없다. 페이스북은 ‘진심캠프’로 소통하는데 트위터 트윗 13건 대부분은 본인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페이스북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없다.”(이지미·3학년)

“박 후보의 홈페이지는 깔끔하다. 필요한 페이지만 배치해 간단명료하고 큰 글씨체는 어른 세대도 쉽게 정보를 얻게 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젊은 층 접근을 높인 게 강점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직접 트위터에 메시지를 전하는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와 달리 캠프홍보 메시지에만 의존한다. 문 후보는 세 후보 중 뉴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문재인 TV 등 젊은 층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트를 다양하게 개발해 호감도를 높인다. 그러나 주로 SNS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젊은 세대에게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보수, 노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안방TV도 운영한다. 체계화·조직화된 다른 후보에 비해 홍보가 부족하다.”(정다영·4학년)

“박근혜 미디어에서 시민이 미디어 기부를 한다는 발상은 참신한 것 같다. 문 후보는 트윗 양이 압도적으로 많고 문재인 TV라는 팟캐스트로 친근감은 느끼게 했다. 안 후보는 뉴미디어 이용을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것 같다.”(권민경·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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