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예고 없이 MBC 들러 “김재철 사장 물러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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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을 찾아 문진국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민주노총도 방문했다. [김형수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9일 “MBC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MBC 노조 조합원들을 방문해서다.

 안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더 이상 김 사장을 비호하면 안 된다”며 “권력의 언론 장악은 단기간은 성공할 수 있겠지만 결국 국민들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되면 (김 사장 거취를) 정리할 건가”라는 MBC 노조 측 질문에 “네,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안 후보의 MBC 방문은 예정에 없었다. 이날 오전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았다가 MBC 노조의 방문 요청이 있었다는 걸 알고 예고 없이 들렀다. 농성장에서 그가 한 발언은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김 사장 해임안 부결에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박 후보 측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8일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주장을 ‘확인된 사실’로 전제한 것이다. 하 실장과 김 본부장은 양 위원의 주장을 부인한 상태다.

 이를 두고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앞두고 부쩍 야성(野性)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지지층인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넘어 야권 지지층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또 공영방송의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공영방송 이사진을 국회 합의로 추천하고 사장은 공정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출토록 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 정책 비판을 이유로 정부가 언론사에 소송을 거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통신정책을 내놨다.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MBC ‘PD수첩’에 대한 소송을 의식한 것이지만, 실제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소송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심해졌다.

 안 후보는 앞서 민주·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을 잇따라 방문했다. 양대 노총 지도부와 회동에서 안 후보는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고 참여의 폭도 확대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아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으라”며 재벌 총수들을 압박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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