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 경쟁 포기하니 고객 좋고, 회사 좋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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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 경쟁을 스스로 포기하고 고객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업을 펼치겠다. ' - 외형 부풀리기 경쟁이 치열한 증권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40대 CEO(최고경영자) 두 사람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황영기(49)삼성증권 사장과 도기권(44)굿모닝증권 사장.

사실 이런 약속은 증권업계 사장이라면 으레 한번쯤 내놓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제대로 실천한 사람은 없었다. 고객 수익 중심의 영업을 펼치면 장기적으로 약정도 쑥쑥 늘어날 것이란 점을 알면서도, 눈앞의 수수료 수입을 끝내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초 취임한 黃사장은 '정도(正道)영업' 을 표방했다. "약정경쟁에 나서지 않겠다" 는 그의 말에 회사 안팎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또 그 소리인가" 하며 빈정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두달이 지난 지금, 그는 "뭔가 예사롭지 않다" 는 소리를 듣고 있다.

黃사장은 먼저 각 지점별, 직원 개인별 약정 순위를 한눈에 보여주는 회사 단말 화면을 막아버렸다. 약정으로 능력을 비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한 것이다.

다음으로 직원들에게 그동안 약정경쟁 과정에서 저지른 일임매매 등 잘못을 '자진신고' 하도록 했다. 일종의 고해성사 형식으로 과거를 용서하되, 앞으로 잘못은 엄벌하겠다고 黃사장은 밝혔다.

그는 일선 지점장들의 역할을 새롭게 했다. 지점장은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회전율이나 손실률이 높은 계좌의 고객들을 직접 찾아 상담하도록 했다. 黃사장은 "역시 인센티브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실천이 안될 것" 이라며 "기존의 약정 중심의 성과급 체계를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都사장은 벌써 2년 넘게 고객중심 영업을 묵묵히 실천해 왔다.

그는 적자의 늪에 빠진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투명 경영' 을 표방하며, 고객들에게 '깨끗하고 솔직한 증권사' 로서 다가서는 영업전략을 구사했다.

都사장은 "일단 여윳돈이 생기면 찾고 싶은 금융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쌓아나가겠" 며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약정 중심의 고질적 영업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영업직원들의 인센티브를 약정액 보다는 관리 자산의 규모 중심으로 바꾸었다. 또 장기 간접투자 상품들을 많이 개발해 고객들의 다양한 투자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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