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본 자녀 따뜻하게 안아주고 “수고했어” 꼭 말해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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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늘은 우리 아들(강남 C고교 3학년)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결산하는 셈이지요. 공부를 한다고는 했는데 ‘쉬운 수능이다’ ‘1~2문제 틀리면 등급이 떨어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혹시 시험을 망치면 바로 재수를 결정해야 할까요. 마음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시험보고 나온 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지 궁금합니다. 현명한 엄마가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세요.

이미애 (샤론 코칭&멘토링 연구소 대표)

A 마음이 많이 불안하시죠. 오늘 수능을 치르는 66만8000여 명의 부모님의 마음이 다 똑같을 겁니다. 오전 8시 40분이면 1교시 언어시험이 시작되고, 오후 5시 35분 제2외국어와 한문 시험을 끝으로 모든 일정은 마무리됩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기다리는 부모님도 힘들지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긴장 속에 시험 보는 아이들은 온몸의 힘이 빠질 정도로 지치기 마련입니다.

 어떤 시험이든 100% 타당도와 신뢰도를 보여줄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만점자 1%, EBS연계율 70%’를 표방한 쉬운 수능에서는 실수로 틀린 1~2문제 때문에 등급이 떨어지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험생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어요.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일수록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허무함과 무기력함으로 한동안 고생할 것입니다.

 11월 28일에 발표되는 수능 성적은 수시전형의 최저학력기준과 우선선발 요건으로 적용되고, 정시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특정과목을 못 봤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능 성적은 각 학교의 전형에 따라 반영되는 영역이 다릅니다. 성적이 나오면 본인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아 현명한 선택을 하면 됩니다.

 2013학년도 수능에서 졸업생 비율은 21.3%입니다. 강남 일반고 학생의 평균 재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43.9%로 알려져 있어요. 수능 날 바로 재수를 결정할지라도 ‘우리 아이만 시험 못 봐서 재수한다’고 우울해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결정할 때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이 있어요. 재수에 성공하는 사람은 적다는 것입니다. 굳은 결심과 끈질긴 실천력, 기본 실력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어요. 정작 수능 등급이 낮은 학생들은 재수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재수하면 점수가 수직 상승하겠지’ ‘재수하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는 이루기 어려운 꿈이라는 걸 알아둬야 합니다. 시간낭비를 줄이려면 자녀의 성향과 특성을 파악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필요해요.

 오늘은 수험생을 비롯해 모든 가족이 힘든 날입니다. 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아이를 꼭 한번 안아주고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얘기해주세요. 수능 끝나기 무섭게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정답을 맞추고, 해설 강의를 할 것입니다. 교육열 높은 강남엄마라면 누구나 바로 채점해 점수를 알고 싶겠지만, 수능 당일에 피곤한 아이를 데리고 ‘이 문제가 틀렸다’ ‘왜 실수했니’라는 실랑이는 피해주세요. 다음날 신문지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채점이 하루 늦어진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의 한 과정이고, 그 속에 수학능력시험이 있고 대학입시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학 입시 결과가 인생 전체를 결정짓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등대가 돼줘야 합니다. 캄캄한 바다에서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조용히 빛을 비춰주세요. 믿어주고 응원을 보내주면 자녀는 망망대해에서 굳건히 자신의 길을 달려갈 것입니다.

  이미애 (샤론 코칭&멘토링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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