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 측이 ‘게임의 룰’을 놓고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합의문을 통해 “단일화 추진에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양측이지만 막상 협상국면이 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7일 의원총회에서 “전날 후보 간 합의문은 너무 추상적 원칙만 있다”며 “세 가지 방안과 원칙이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단일화, 국민과 통합하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3원칙 중 ‘국민 참여 보장’은 ‘모바일경선’을, ‘국민의 알권리 충족’은 TV토론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상 단일화 룰에 대한 언급이다. 그런 문제는 ‘새정치 공동선언’으로 명분을 만든 뒤 논의해야 한다는 안 후보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후보 간 합의정신에 따라 ‘새정치 공동선언’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내부에선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핵심 관계자는 “제3자가 ‘단일화 원칙’을 제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 입장을 모를 리 없는 김 위원장이 작심한 듯 게임의 룰 문제를 지르고 나온 이유는 일단 ‘협상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룰 협상 전부터 여론조사 경선을 기정사실화해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문 후보 측이나 안 후보 측이나 담판이 아닌 경선으로 단일화를 할 경우 일단 여론조사는 ‘부동(不動)’으로 간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에 어떤 방식을 더하느냐다. 민주당으로선 전국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경선을 여론조사와 병행해 실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수밖에 없다. 한 핵심 관계자는 “100만 선거인단이 참여해 뽑은 당 대선 후보를 기껏 수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하면 당장 그들부터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 측 입장에선 모바일경선이 부담스럽다. 전국적인 민주당 조직을 당해 낼 재간이 없을 거라고 본다. 한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불거졌던 모바일 후유증이 단일화 국면에서도 재연된다면 대선은 해보나마나”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국민 참여 보장’ 요구가 단일화 룰의 쟁점이 된다면 협상은 난항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협상팀은 싸우고, 두 후보가 ‘대승적 결단’을 내리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신계륜 의원은 “협상팀 없이 두 후보가 단독으로 만나 실무협상까지 전격 처리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양원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