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넷 신중현 “30대엔 힘으로, 지금은‘도’로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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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록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씨. “어디서 처음 나온 말인지는 모르지만 좋다. 록을 하는 젊은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달 1~2일 두 아들 윤철·석철씨가 중심이 된 밴드와 2년 만의 단독 공연을 갖는다. [안성식 기자]

‘한국 록음악의 대부’ ‘대한민국 록의 구세주’.

 신중현(74)의 이름 앞에 붙는 이 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63년 한국 최초 록밴드인 애드포를 결성했고, 삼천만의 가요로 통했던 ‘미인’을 비롯해 ‘빗속의 여인’ ‘커피 한 잔’ 등 히트곡들을 쏟아낸 그다. 2009년엔 세계적인 기타 제작사 펜더는 기타를 헌정하기도 했다.

 그런 신씨가 다음 달 1~2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더 기타리스트 신중현 콘서트’를 연다. 국내 공연은 2010년 ‘헌정 공연’ 이후 2년 만이다. 신씨를 7일 서울 명륜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의 백발은 단발 정도로 자라 있었다. “록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머리까지 길렀다”고 했다.

 신씨는 9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엘 레이 시어터에서 첫 단독 공연을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신씨의 대표곡을 모은 베스트 앨범 이 발매된 뒤 팬들의 요청으로 열린 공연이다.

 “미국 사람들이 표를 모두 사버린 바람에 교포들은 못 들어왔어요. 노래가 전부 한국말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 곡 ‘떠나야 할 그 사람’부터 마지막 곡 ‘아름다운 강산’까지 굉장한 환호를 보내줘서 저도 용기가 났죠.” 신씨는 “앙코르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는데, 앙코르가 계속 쏟아져 무대 뒤로 도망갔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 1부에서 신씨는 두 아들 윤철(기타·건반), 석철(드럼)씨가 중심이 된 4인조 밴드, 12인조 현악단과 협연한다. “1부에선 대중적으로 히트했던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커피 한 잔’ 등을 편곡해 선보일 거에요. 바이올린을 활용해 감정과 멜로디를 더 살렸죠. 2부는 좀 더 고차원적인, 정통 사이키델릭(환각) 록의 진수를 들려줄 겁니다.”

 신씨는 2006년 은퇴를 발표했다. 하지만 2009년 펜더 기타를 받은 뒤 “못다한 음악을 대중에 알리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며 공연을 재개했다. ‘록의 대부’로 추앙받는 그에게도 고난이 있었다.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 75년부터 5년간 활동이 금지됐고, 복귀 후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미국에 가서 ‘한국에서 태어난 난 행운아’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한국은 춥고 덥고 맵고 짜고 굴곡이 심한 나라죠. 그 나라에서 온갖 역경을 부닥치며 살았기에 ‘내가 이런 기타 소리를 낼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는 “30대 땐 힘이 넘쳐 힘으로 기타를 연주했다면, 지금은 도(道)로 연주한다”고 했다.

 “손가락 힘만으로 내는 억센 소리를 넘어 지금은 손가락과 마음이 함께하는 정신적인 소리를 내고 있죠. 이 기타로, 일흔이 넘어서도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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