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타임&워치] 빠져나올 수 없는 타원의 매력, 구버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지난해 10월 스페인 세비야. ‘구버너(Gouver neur)’를 처음 만났다. 피아제가 전 세계 주요 고객·언론을 초대해 미리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올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시계박람회(SIHH)’에 내놓을 작품이었다. ‘여기서 본 것을 SIHH 전에 발설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게 되며…’. 서약서에 서명을 마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뒤에야 마주한 게 구버너였다. 첫인상이 그렇게 매력적인 건 아니었다. ‘원형 시계도 많고 사각형 시계도 흔하니 뭔가 다르게 하려고 애썼군’하는 심드렁한 마음이었다.

구버너 투르비옹 핑크 골드

원 안에 타원형을 넣어 케이스를 완성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쳐다보게 됐다. 찬란한 햇빛을 본뜬 ‘선버스트 기요셰(고급 시계의 금속 마감 기술)’가 분단위 다이얼에 촘촘히 새겨져 있는 모습,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새틴 브러시’로 마감한 테두리 장식. 섬세하고 정교한 시계 장인들의 치밀한 계산이 타원형인지 원형인지 모를 오묘한 케이스에 우아하게 들어앉은 모습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렷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스위스 제네바 근교 피아제 매뉴팩처에서 확인한 울트라 신 무브먼트 제작 현장의 신뢰감도 구버너가 믿음직해 보이는 이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