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파이토뉴트리언트 심포지엄 “식물영양소, 항산화 메커니즘과 결합하면 노화 늦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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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라이트 건강연구소 키스 랜돌프 박사는 항산화 비타민보다 식물영양소에서 더 큰 항산화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심교 기자

노화의 주범인 인체의 산화를 막는 데 항산화 비타민보다 식물영양소의 역할이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국제 파이토뉴트리언트 심포지엄’에서 뉴트리라이트 건강연구소 키스 랜돌프(R. Keith Randolph) 박사는 “5000여 종의 식물영양소 중 현재까지 12종이 인체 내부에서 산화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랜돌프 박사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산화를 막기 위한 1순위 영양소로는 비타민 A·C·E 등 항산화 비타민이었다. 따라서 이런 항산화 비타민을 섭취해야 산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우리 몸에 자체적인 항산화 메커니즘(Nrf2)이 있으며, 함께 결합되면 항산화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식물영양소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게다가 기존에 알려진 항산화 비타민은 항산화 기능이 1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거론됐다.

 Nrf2에 관련된 연구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0년 중국 차이나 약학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Nrf2 관련 유전자를 제거한 쥐는 자체 산화력이 없어 암 등 여러 질병에 걸렸다. 하지만 Nrf2가 정상 가동되는 쥐는 산화 스트레스를 스스로 이겨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120일간 진행한 연구에서 항산화 비타민 C와 E를 먹은 군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오히려 혈중 과산화물이 증가했지만 식물영양소가 든 식품을 통째로 먹은 군에서는 산화에 대한 방어력이 훨씬 컸다.

 랜돌프 박사는 “Nrf2가 자물쇠라면 12종의 식물영양소가 열쇠나 마찬가지”라며 자물쇠에 열쇠가 채워질 때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12종의 식물영양소 중 일부는 뉴트리라이트가 특허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영양소는 식물이 해충이나 미생물·곤충·자외선 및 기타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다. 식물영양소는 체내에서 항산화·항노화·항염작용을 하며 세포의 균형 성장 및 해독·면역 등을 돕는다. 이중 활성산소의 산화작용을 막는 항산화 기능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사람에게 유익한 생리활성물질을 제공하는 식물영양소는 초록·주황·빨강·보라·흰색 등 식물 고유의 색소에 함유돼 있다. 이른바 파이토뉴트리언트, 파이토케미컬이다. 대표적으로 플라보노이드가 있다. 일본에서는 식물영양소에 대해 영양섭취기준(DRI)을 설정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는 식물영양소를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미네랄·물과 함께 제7의 영양소로 제시하고 있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권오란 교수는 “특정 플라보노이드 섭취가 심혈관질환, 당뇨병·인지장애·암 등 각종 퇴행성질환을 예방하는 강력한 작용을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플라보노이드를 비롯한 식물영양소의 적정 섭취량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동의보감에 거론된 약용 소재 대부분이 식물”이라며 “약용으로 쓰인 전통 식물의 파이토뉴트리언트에 대해 연구를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식품과학회와 중국영양학회가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400여 명의 각국 관계자가 참석해 식물영양소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했다.

베이징=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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