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중앙서울마라톤] 단합대회 대신 출전 … 완주 땐 보너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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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쌓인 단풍잎을 밟으며, 점점이 떨어지는 은행잎을 맞으며 늦은 가을길을 달리는 중앙서울마라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최고의 달림이 축제가 올해도 풍성한 화제를 낳으며 마무리됐다. 중앙서울마라톤은 등수나 기록이 목표가 아니라 달리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즐거움인 대회다. 1만5000여 참가자가 연출해 낸 재미난 장면들과 아름다운 사연들 소개한다.

4일 오전 7시20분, 잠실종합운동장 밖 집결지에 1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사진 촬영을 했다. 이번 대회 단체 출전자 가운데 최다 인원이 참가한 (주)비엠에스 사원들이다. 생명공학 연구를 위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이 회사 전 직원 215명 중 199명이 도전장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회에 참가했다. 풀코스만 18회 완주한 이 회사 김선기(55) 사장은 2년 전부터 가을 단합대회 대신 마라톤 대회 출전을 회사 행사로 정했다. 계기범(33) 대리는 “서울 본사를 비롯해 인천·대전·충북 음성 등으로 회사가 각각 떨어져 있다. 이런 대회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가족’이라는 단합 의식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한 지는 2년밖에 안 됐다. 마라톤 동호회가 따로 있지도 않다. 3~4명씩 모여 헬스장을 다니거나 시간이 날 때 삼삼오오 가벼운 조깅을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열의는 대단하다. 오수림(51) 부사장은 “35세 이상 남성이 4시간30분 이내, 연령 상관없이 여성 사원이 5시간 이내 풀코스를 완주하면 상금 100만원을 준다. 대신 정해진 코스를 뛰지 못하면 회사에서 미리 낸 참가비를 본인이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 일종의 벌금인 이 돈은 가출 청소년 보호센터에 기부한다.

 이날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은 18명에 그쳤다. 하지만 김용주(53) 부사장은 “대회 참가는 사원들의 도전정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중앙서울마라톤에 참가한 뒤 업무 능력이 향상되고 나태해진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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