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씨를 복지부장관에" 인터넷 추천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장애인으로 지난 15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의원 시절 추상 같은 호통으로 관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탓했던 ○○○전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추천합니다."

"부패사건 하나 수사하려고 해도 정치보복이니 뭐니 해서 시끄러울텐데 거물급 변호사인 ○○○씨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 중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인터넷을 통해 장관 추천을 받겠다고 밝힌 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 사이트(www.knowhow.or.kr)와 민주당 홈페이지(www.minjoo.or.kr) 등의 게시판에 관련 글이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의 장본인 홍경령 전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철새 정치인 김민석씨를 환경부장관으로' 등의 장난섞인 글들도 적지 않았지만 상당수는 진지한 추천 이유와 함께 명단을 제시했다.

네티즌들은 주로 정치인.전직 관료 등을 장관 후보로 추천했지만 관료가 아닌 대학 교수.시민 운동가 등을 거명하기도 했다. 아예 국무총리 이하 모든 부처 장관을 포함하는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었다.

새 정부의 인사 원칙론을 충고한 내용 역시 많았다.

특히 정치인 출신 장관을 임명하기보다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등용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 네티즌은 "당선자가 장관직을 공신에게 전리품으로 나눠주기보다는 전문성이 필요한 부처는 차관급에서 발탁해 장관으로 임명한다면 공직사회에 안정감과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침하늘'이라는 ID의 네티즌은 "남자 열 사람 부럽지 않은 여성 정치인들을 장관에 대폭 임용하면 여성 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서 여성 등용론을 폈다.

다른 네티즌은 "대통령 당선자도 고졸이다. 학력을 차별 말고 고졸 출신도 장관으로 임명하자"며 능력 위주의 인사를 주문했다.

또 "90도나 꺾어 임명장을 받는 장관의 모습을 없애 주십시오. 그런 굴욕적인 자세로 임명된 자에게 미래나 책임 따위는 느낄 수 없습니다"(나무접시)며 장관 임명자들이 앞으로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는 정책을 펼 것을 주문하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장관을 인기투표로 뽑다니 절대 반대", "아예 인터넷으로 대통령도 추천하지"라며 '포퓰리즘' 성격의 인사가 이뤄질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인터넷으로 인사를 하자는 발상은 이제 그만하자. 정신을 차리지 않고 인기에만 영합하다 보면 정말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고 국민만 비탄에 빠뜨릴지 모를 일이다"는 글이 게시됐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기정(金基正) 교수는 "盧당선자가 인터넷 추천방식을 활용하려는 것은 청탁과 정실 인사 등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의견을 참조하되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소신껏 인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