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보혁갈등 표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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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내 보수-진보 갈등이 표면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의원 10명이 지난 5일 '국민 속으로'란 모임을 결성하자 당권파.영남출신 중심의 보수 성향 의원들이 6일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국민 속으로'참여자는 이부영.이우재.김홍신.김부겸.김영춘.원희룡.이성헌.서상섭.안영근.조정무 의원이다. 대부분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다. 심재철 의원 중심의 또 다른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도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는 개혁세력을 자임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하순봉(河舜鳳)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당과 개혁경쟁을 하자는 건 당을 분열.파괴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앞서 김부겸 의원은 "노무현 정부와 개혁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河의원은 "백가쟁명(百家爭鳴)식 개혁방안이 봇물 터진듯 나오나 우리의 갈 길은 자중자애하면서 개혁하는 것"이라며 "보혁갈등으로 분열을 일으키면 불행한 일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도 "당 공식기구인 정치개혁특위의 최종안이 나오기도 전에 편가르기식 움직임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민주당이 우리당의 중진.소장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盧당선자의 개혁의 길에 동참하자'는 권유를 하고 있다"며 개혁.진보파 세력들의 뒷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 이면엔 이념.노선상의 대립 외에 대선패인과 2004년 총선전략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가 있다. '국민 속으로'와 미래연대는 당이 수구와 기득권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도 대선 때와 같이 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순봉.박희태.김용갑 의원 등 중진들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보수 유권자층을 먼저 결집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결국 3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정치생명을 건 당권투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소장파들은 지도부의 즉각 퇴진까지 주장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한나라당에 덧씌워진 수구적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고서는 정치집단으로서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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