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시는 잠재력 정시는 수능 위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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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대가 1일 내놓은 2014학년도 입시안의 초점은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면접·전공 적성, 정시는 수능 위주로 뽑겠다는 것이다. 수시 모집에서 서울대 신입생 10명 중 8명(82.6%)을 선발해 수시 비중이 상위권 대학 중 가장 큰 것도 특징이다. 특히 수시 일반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키로 해 학생부와 전공적성·인성평가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입학사정관 전형 형식을 빌린 적성·인성평가는 사실상 본고사 형태가 될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 수시모집은 일반전형(58%)과 지역균형선발(24.6%)로 나뉜다. 서울대 측은 지역균형 선발을 제외한 일반전형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면 수험생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현 입학본부장은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여 공교육을 발전시키고 대학은 창의적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개편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에 따라 수시모집에서 학생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교수는 “학교 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상위권 학생들의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입학본부장은 “입학사정관들이 서류 평가와 면접 등을 통해 성적뿐만 아니라 잠재력 등 다양한 요소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최저학력기준을 고수한 것은 일반전형 지원자에 비해 학력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지역 간 학력 격차가 커 내신성적만으론 학력 검증을 충실히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수시 면접 방식도 바뀐다. 고교 과정을 넘어 대학 과정에서 출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던 수학이나 과학 공통 문제를 줄이고 전공적성과 인성면접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과대 지원자는 올해까진 구술면접에서 수학과 과학 선택과목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선택과목 대신 전공적성과 관련된 질문을 받게 된다. 서울대는 전공적성과 인성면접 예시 문항을 내년 2월 공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대 설명대로 수험생 부담이 줄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시 일반전형 지원자는 모집단위별로 전공적성 평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시를 바라보고 수능 대비를 소홀히 했다가 합격하지 못하면 이후 다른 대학 입시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정시모집에서 수능 비중을 30%에서 60%로 높이기로 한 것은 수시에서 뽑지 못한 성적 우수 학생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학생부 비중은 40%에서 10%로 줄어들고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만 활용된다. 박 본부장은 “정시모집은 수능 이외의 다른 요소를 줄여 입시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교육과학기술부 송선진 대입제도과장은 “수시모집에서 수능 영향력을 줄이도록 권장한 정부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2 학부모 박모(50)씨는 “입시가 매년 바뀌어 갈피를 못 잡겠다”며 “내신에다 면접과 인·적성, 수능을 모두 준비할 수밖에 없어 아들의 부담이 줄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대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큰 의미가 없었다”며 “서울대보다 높은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 온 경쟁 대학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고 했다. 고려대 이재원 입학처장은 “지원자의 수능 점수대가 넓은 사립대 입장에선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호·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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