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수제자 포스톨 경질 후 애플 주가 600달러 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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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천정부지로 치솟던 애플 주가가 60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달 31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44% 떨어진 595.32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9월 19일 702.1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15.2%나 급락한 것이다. 이날 애플 주가 급락은 지난 29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소프트웨어 담당 스콧 포스톨(사진) 수석부사장과 소매담당 존 브로윗 수석부사장 경질이 단초가 됐다.

 포스톨은 스티브 잡스의 수제자로 꼽혀 왔다. 애플의 운영시스템 iOS를 개발한 주역이다. 전자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 책갈피를 실제로 넘기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디자인이나 애플 컴퓨터 첫 화면의 휴지통 아이콘도 그의 작품이다.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일상생활과 흡사한 효과를 넣는 걸 즐긴 잡스와 죽이 맞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러나 잡스의 신임을 등에 업은 그는 동료 임원들과 불화가 잦았다. 결정적으로 최근 그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애플 지도가 숱한 결함과 오류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자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도 충돌했다. 애플 지도 오류를 사과하라는 쿡의 지시를 포스톨이 일축한 것이다. 그동안 꾹꾹 참아 왔던 쿡은 결국 포스톨과 결별을 택했다.

 쿡은 한 걸음 더 나가 친정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포스톨에 눌려 기를 못 펴온 애플의 스타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맡게 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매킨토시 담당 크레이그 페더리기에게 넘겼다. 쿡의 오른팔이자 아이튠스 성공 신화의 주인공 에디 큐도 초고속 승진을 했다. 사내에서 ‘미스터 해결사’로 불리는 그는 이번에 아이튠스뿐 아니라 애플 지도와 음성인식시스템 ‘시리’까지 관장하게 됐다.

 그러나 쿡을 정점으로 아이브-페더리기-큐 삼총사가 떠받치는 애플의 새 경영진에 시장은 일단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스턴아기의 애널리스트 쇼 우는 “이번 경영진 개편은 잡스 사후 쿡이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수순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포스톨 경질은 애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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