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릉 거닐며 조선 왕실문화 배우고 몽촌토성서 백제 축성기술 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2면

연일 이어지는 단풍소식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원스케줄 때문에 주말에도 서울을 벗어나기 힘들다. 체험학습을 시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 이런 학부모들에게도 대안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가을의 정취를 즐기며 아이들이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익힐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변희(49)씨가 아들 김욱성(12·대치초5)군에게 선릉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 봉은사, 코엑스 김치박물관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릉’과 ‘정릉’이 있다. 조선 왕릉의 역사와 구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왕릉은 시대별 왕실문화를 드러내는 상징물로 왕실의 생활방식과 문화·사상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선릉은 조선 9대 왕인 성종과 성종의 계비(繼妃, 임금이 다시 장가를 가서 맞은 아내)인 정현왕후 윤씨의 무덤이다. 왕릉의 봉분에는 12지신상이 새겨진 병풍석이 있다. 병풍석의 경우 “능에 병풍석을 세우지 말라”는 세조의 유언에 따라 광릉(세조의 무덤) 이후 조성된 왕릉에는 세워지지 않았다. 선릉을 둘러보며 조선시대 왕들의 특징을 통해 역사를 익히는 것도 좋다.

강남구엔 또 불교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사찰인 봉은사가 있다. 1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사찰엔 다른 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각인 선불당이 자리 잡고 있다. 1941년 보수된 선불당은 조선시대 승려가 되기 위해 치렀던 승과시험의 장소였다. 이를 통해 봉은사가 조선시대 당시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찰이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추사 김정희가 썼다는 봉은사 대웅전 현판도 눈여겨 볼만하다.

봉은사를 둘러봤다면 맞은편에 위치한 코엑스 김치박물관으로 이동해 김치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해보자. 전시실에는 김치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헌과 유물, 김치를 만드는데 필요한 조리기구와 저장용구가 전시돼 있다. 매월 1일 오후 2시에는 김치담그기 시연프로그램 ‘김치박물관 김장하는 날’이 운영된다. 재료 손질부터 김치 버무리기, 저장법, 저장기간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서초 윤봉길 의사 기념관, 예술의 전당

단풍이 절정인 계절에는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단풍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양재시민의 숲에 가면 이런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개장된 양재시민의 숲에는 10만 660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수풀을 이룬다. 주위에는 여의천과 양재천이 흐르고, 주변에 고층건물이 없어 탁 트인 하늘을 감상할 수도 있다. 테니스장과 배구장을 비롯한 다양한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또 양재시민의 숲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면 역사공부까지 병행할 수 있다. ‘도시락 폭탄’으로 잘 알려진 윤봉길 의사의 독립활동 사진과 도시락 폭탄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희생자를 위로하는 2개의 위령탑이 있다. 115명의 사상자를 낸 ‘대한항공 폭파사건’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대한항공 희생자 위령탑’과 ‘삼풍사고 희생자 위령탑’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분단 이후에도 계속되는 남·북 문제와 안전 불감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초구엔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체험 공간인 예술의 전당도 위치하고 있다. 특히 8일부터 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반 고흐 인 파리’전에 가면 비운의 천재화가로 알려진 반 고흐가 파리에 거주하면서 그렸던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화상 9점을 비롯해 유화작품과 사진자료 60여 점을 선보인다.

◆송파 한성백제박물관, 암사동선사주거지

송파구엔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특히 2000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 4월 문을 연 한성백제박물관은 ‘한성 백제사’ 연구를 담당하는 박물관이다. 현재의 서울인 ‘한성’은 678년의 백제역사 중 493년 동안 수도역할을 한 곳이다. 1전시실은 한성의 신·구석기, 청동기, 철기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강 유역’이라는 공간에 중점을 두고 꾸몄으며, 2전시실은 백제가 한성에서 건국하고 성장·발전하던 ‘한성 도읍기’ 493년의 역사를 담았다. 3전시실에선 한강에서 벌어진 고구려·백제·신라 3국의 각축과 한성 함락 이후의 백제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이 백제문화를 ‘공부’하는 곳이었다면, 몽촌토성은 백제의 역사를 둘러보며 ‘나들이’하는 공간이다. 백제가 국가를 형성하는 시기인 3~4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몽촌토성은 구릉지의 지형을 이용해 외성과 내성의 이중구조로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몽촌역사관에 가면 한강 유역에서 발굴된 백제의 대표적 유물과 유적을 만날 수 있다.

 8호선 암사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암사동선사주거지는 6000년 전 선조들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한 곳이다. 움집과 빗살무늬토기, 주거지 형태를 재현해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의 생활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원시생활관 1전시관은 암사동을 비롯한 신석기 유적 전반에 대한 내용을 익힐 수 있고, 2전시관은 서울·경기지역의 신석기와 청동기 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도움말=한우리독서토론논술 정은주 강남지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