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MB형 이상득 3억받고 연락없어 서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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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을 줬는데 연락 한 번 없어 솔직히 좀 서운했습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원범) 심리로 열린 이상득(77·구속)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3차 공판. 김찬경(56·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 전 의원에 대한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전 의원은 미래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좋은 매물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3억원을 건넸다”며 “1년 넘도록 연락 한 통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 끙끙 앓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9년 여름에야 이 전 의원을 다시 만났다고 진술했다. 김 회장은 “이 전 의원을 소개시켜 준 김덕룡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서운하다고 털어놨더니 자리를 주선해 줬다”며 “이 전 의원에게 ‘골프장을 개장하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지난해 2월에도 이 전 의원을 만나 “저축은행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식으로라면 미래저축은행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전 의원은 “도와주겠다” “나는 일을 하면 확실히 한다”며 안심시켰다고도 했다. 이후 미래저축은행은 골프장 대출 상환을 6개월 유예받았고, 지난해 9월 1차 저축은행 퇴출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 회장은 “올 2월에도 이 전 의원을 한 번 더 만나려고 했지만 ‘만나기 어렵다. 직접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찾아가 얘기하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미래저축은행은 그 뒤 석 달 만에 퇴출됐다.

 한편 이날 재판은 흥분한 저축은행 피해자 20여 명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두 차례 휴정됐다. “내 돈 돌려내라” “이상득을 끌어내라”고 법정에서 소리치던 피해자 중 한 명이 실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법정 소란이)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계속 반복될 것 같다”며 비공개로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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