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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추종세력 ‘위온구박’ 대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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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다음 달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중심의 국가 지도부 교체를 앞둔 중국이 치열한 막판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투쟁의 진원지는 좌파의 대부 격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다. 현 지도부가 권력남용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당 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보 전 서기를 기소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자 보 추종 세력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 대상은 보 전 서기의 사법처리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다.

 당 서열 3위인 원 총리 가족의 재산이 3조원대에 달한다는 25일자 뉴욕타임스 보도가 권력투쟁 과정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에서 권력층의 재산은 최고 기밀에 속하며 이 같은 재산내역 공개는 내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인 월드저널은 이를 두고 ‘위온구박(圍溫救薄·원 총리를 공격해 보 전 서기 구함)’식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춘추전국시대 고사에 근거한 한자성어 ‘위위구조(圍魏救趙·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자 위를 포위해 조를 구함)’를 원용한 전술이다.

 준비는 철저했다. 월드저널은 원 총리 가족의 재산을 추적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다고 전했다. 공격 시점도 현 당지도부의 마지막 회의인 공산당 17기 7차 중앙위원회(7중전회) 개막 이전으로 잡았다. 다음 달 1~4일 열리는 이 회의를 통해 차기 당 지도부와 보 전 서기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이 확정된다. 회의 결과에 따라 현 지도부 비리를 추가로 폭로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

 다급한 쪽은 현 지도부다. 원 총리 일가는 27일 “총리 가족 중 일부는 사업에 종사하지만, 그들은 어떤 불법적인 사업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어떤 회사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중국 국가 지도부 인사가 해외 언론매체 보도 내용과 관련해 해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다.

중국정치 자유기고가인 리춘샹(李春香)은 “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나도 차기 권력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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