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안갯속 패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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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9보(92~113)=대마 사활이 걸린 패가 진행 중입니다. 흑 쪽에서 굳이 패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질문을 던져 봅니다. 바로 ‘참고도’의 그림인데요. 백을 살려 주고 흑1, 3으로 연타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집이 완성됩니다. 설마 이 안에서 살 수는 없을 테지요. 그렇다면 이 그림은 흑이 우세한 것 아닐까요? 아니랍니다. 이런 식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게 바둑이랍니다. 이 집밖에 없는 흑은 이 집을 결사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따라서 백은 A, B, C, D 등 수많은 선수를 맘대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흑은 계속 당해야만 하는 거지요. 그 사이 백집은 자꾸 불어나고 결국은 지게 된다는 거지요.

 구리 9단은 좌상 쪽에서 팻감을 만드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첫눈에 백이 괴로워 보입니다만 백에도 우상 귀에 꽤 많은 팻감이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이 팻감이 다 떨어질 때까지는 일단 버텨 볼 생각입니다. 한데 백은 뭘 기다리는 걸까요. 실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앉아 기다릴 게 아니라 그전에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랍니다. 좌상에서 흑이 두는 수들은 전부 악수가 될 공산이 있으므로 받아 챙길 수 있는 한 챙긴다는 뜻이 있습니다. 또 흑이 노선을 좀 더 선명히 결정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무튼 패는 요술쟁이고 음모가 가득 담긴 요사한 존재인데요. 구리 9단은 113에 막아 또 하나의 패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양패’를 만들어 놓고 흑은 묻고 있습니다. “어느 쪽 패를 양보할 테냐.”(97, 100, 103, 106, 109, 112=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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