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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 닭강정, 재료 알고보니 '충격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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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의 한 닭강정 전문점에서 구입한 닭강정을 잘라 본 모습. 살코기 대신 튀김가루 반죽이 들어 있다.

“고기로 따지면 일반 치킨과 비교가 안 되죠. 훨씬 싼 고기를 쓰니까…. 대신 바삭하게 튀겨 소스에 볶아 주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거예요. 고기 씹히는 맛이 아니죠. 껍데기하고 양념 맛이지….”

 닭강정 소스를 만들어 서울·수도권 닭강정 전문점에 납품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 A업체 직원의 말이다. 이 직원은 “고기 값이 싸서 닭강정 마진이 치킨보다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싼 고기로 만든다는 닭강정이 매콤달콤한 간식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2009년 처음 닭강정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이후 업체 수도 많아졌다. 과연 무슨 ‘비법’이 있는 걸까.

 JTBC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그 실체를 파헤쳤다. 우선 닭강정의 재료로 쓰인 고기의 질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의 닭강정 전문점 9곳에서 닭강정을 수거했다. 확인 결과 튀김옷 속에 살코기 대신 닭껍질이나 연골 부위 도축 부산물이 들어 있는 닭강정이 상당수였다. 점검 작업을 함께 한 맛 칼럼니스트 박태순씨는 “닭고기 강정이 아니라 닭껍질 강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평했다.

 닭강정의 재료가 되는 닭고기는 맨 먼저 ‘염지(鹽漬)’ 과정을 거친다. 소금과 조미료 등을 넣어 밑간을 하는 작업이다. 닭강정 업계에서는 고기를 납품하는 업체에서 염지 과정까지 마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18일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찾아간 수원의 B 닭고기 납품업체에서는 잘라 놓은 닭고기에 주황색 염지제 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의 납품업체 직원은 “염지를 잘하면 아무리 거지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어도 맛있게 된다”고 말했다. 파주의 또 다른 닭고기 납품업체에서 만난 직원 역시 “내가 닭고기 일을 21년간 했는데도 염지한 닭은 좋은 닭인지 나쁜 닭인지 구별을 못한다”고 털어놨다. 수원의 C 닭고기 납품업체 사장은 “원래 유통기한이 1주일인 닭고기에 염지를 하면 20일도 더 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비한 염지의 효과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염지제 성분에 대해 경기도 수원 B 납품업체 사장은 “하도 많이 들어가서 모른다”고 대답했다. 제작진이 잠입 취재한 수도권 4곳의 닭고기 납품업체에는 화학첨가물통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미각스캔들’ 윤현 PD는 “저질 닭고기의 얼굴을 가려주는 비밀은 바로 염지 과정에 들어가는 첨가제일 것”이라며 말했다.

 닭강정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매콤달콤한 소스 맛이다. 벌꿀이나 매실 원액 등 천연재료 소스를 사용한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여럿이다. 하지만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찾아간 수도권 6곳의 소스 공장에서는 천연재료나 벌꿀 대신 각종 조미료가 포대에 담긴 채 쌓여 있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소스 업체 직원은 화학조미료에 대해 “먹어서 좋을 것도 없지만 먹는다고 죽지는 않는다”며 “맛을 진하게 내는 데 좋다”고 말했다.

 이들 공장에서 소스의 단맛은 주로 고과당 첨가물로 냈다. 제작진이 이들 공장에서 닭강정 소스 9종류를 수거해 당도 실험을 해본 결과 당도가 55.5∼71.5 브릭스(Brix)로 콜라의 5∼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중섭 서울원자력병원 소아과장은 “과당은 간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야기해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콤달콤 양념에 가려진 닭강정의 실체를 다룬 JTBC ‘미각스캔들’은 27일 밤 11시 1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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