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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복대여업 창업 단기에 수익 어려워 충분한 운영자금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얼마 전 창업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점포를 이전한 뒤, 이로 인해 1억원에 가까운 창업자금을 잃고, 자신감마저 상실한 사장을 만났다. 그분은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잘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분이 처음 창업을 한 곳은 낯선 대도시 중심상권의 외곽이었다. 그리고 상품은 고향에서 성공해 탄탄한 기반을 다져놓은 지인을 통해 전량 공급받았다. 창업아이템은 한복대여업.

그동안 기반을 다져놓은 지인은 이제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고 한복대여점의 상권을 아주 넓게 봤다. 대도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소도시 전체에서 나의 가게로 고객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더 큰 도시로 나가서 사업을 크게 해보라고 권유했다. 사장님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큰 도시에 가게를 얻었다. 비싼 권리금과 보증금, 월세, 그뿐이랴 시설비까지 많은 투자를 했다.

여기까지 보면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문제가 무엇인지 감을 잡았을 것이다. 한복대여업은 역사가 짧다. IMF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싼 가격에 비해 활용도가 낮은 제품을 싼값에 빌려 쓰는 실리 추구형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발전이 시작된 업종이다. 또한 결혼 등 집안 행사 때 찾게 되는 것으로 사용빈도가 낮아 고객층을 두텁게 갖고 갈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입지도 근린상권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부도심상권이나, 역세권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창업을 하게 된다면 본사의 기술 및 노하우, 운영시스템에 의존해 운영관리와 신상품을 받아 좀 더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사업주가 일정수준의 기술력과 미적 감각이 있다면, 예쁜 상품을 확보해 차별화된 독립점으로 운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대여업만을 할지, 대여와 맞춤을 함께 할지를 고민해보기도해야 한다. 보수적인 지역이라면 결혼의 경우 맞춤수요가 대여수요보다 많아지기도 하며, 대여만 한다면 투자비용에 따른 수익성분석을 통해 투자금액을 결정해야 한다. 대여만 한다고 해도 상품의 유지관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 한복대여업종이 가지는 독특한 업종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낮은 사용빈도와 디자인, 색상, 스타일 등에 의해 형성되는 의류업종의 유행성, 높은 가격대의 상품가격, 대여에 따른 유지관리비, 수선비 등을 종합해본다면 창업 후 경영안정기간이 일반의류에 비해 상당히 길고, 지속적인 광고홍보가 요구되며, 신상품매입 등에 소요되는 충분한 운영자금확보가 필수적이다.

운영관리측면에서는 고객구성의 대부분이 여성으로 섬세한 배려와 관리, 구전관리 등이 이뤄져야 하며 아이템의 특성상 매장의 분위기 또한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넓고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혼예복을 대여한 경우 2년 이내 돌잔치시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 등 자녀, 부모 등 집안의 모든 행사 때 재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복대여업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이지만 철저한 시장조사나 업종이 가지는 업종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공이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정선희 소상공인진흥원 선임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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