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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봉우리가 병풍처럼 … 한때 산 전체가 불국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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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날 산사로 가는 건, 단풍 물든 산에 가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명산엔 유서 깊은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설악산 백담사, 지리산 화엄사, 가야산 해인사, 내장산 내장사 등 절집에 물든 단풍은 자연미와 인공미가 조화롭게 공존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있는 청량사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단풍 명소다. 기암절벽과 단풍이 어우러져 매년 이맘때면 등산객이 몰려와 절 내를 가득 채운다.

청량사는 한국 불교계의 큰스님 원효대사(617~ 686)가 문무왕 3년(663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위치부터가 특출하다. 웅장한 열두 봉우리가 병풍처럼 절을 둘러싸고 돌아 자연적으로 요새를 형성했다.

창건 당시의 청량사는 법당과 승당 등 33개 부속 건물이 모여 있는 대사찰이었다. 청량사를 따라 크고 작은 사찰이 만들어졌고 청량산 전체가 ‘불국토(佛國土)’를 이뤘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것이 조선으로 오면서 전부 피폐해졌다. 천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은 유리보전과 응진전만이 남았다. 유리보전에서 응진전으로 가는 길목에는 조선 때 유학자 퇴계 이황(1501~70)이 공부를 했다는 청량정사가 보존돼 있다. 여기서 조금 가다 보면 신라의 최치원(857~?)이 마시고 명석해졌다는 약수 ‘총명수’를 지나게 되고 산비탈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면 응진전에 도착한다. 응진전에는 16나한(羅漢)상이 모셔져 있다.

청량사와 응진전의 중간 정도 위치에 어풍대가 있는데 여기서 보는 청량사 풍경이 최고로 꼽힌다. 절벽을 뒤편에 두고 단풍나무 군락에 폭 파묻힌 청량사.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사나흘이 지나면 단풍이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량사 법당인 유리보전(琉璃寶殿)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7호다. 유리보전의 현판은 고려 공민왕(1330~74)의 친필이라고 전해진다. 유리보전 안에는 약사여래불과 지장보살, 문수보살이 모셔져 있다. 약사여래불은 닥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紙佛)’이다. 또 약사여래불 오른편에 있는 문수보살은 모시로 만들어진 불상이다. 국내에 단 하나뿐이다. 창건 당시 전설이 담긴 삼각우송은 유리보전과 5층 석탑 사이에 있다.

청량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 두 가지로 나뉜다. 절에서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불과 참선은 기본이고 스님과의 차담, 응진전 걷기 명상, 108 염주 꿰기, 나에게 엽서 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일정이 짜여 있다. 휴식형과 체험형은 일정 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휴식형은 자유로운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해서 청량사 템플스테이의 기독교인 참여율이 약 45%에 달한다고 하니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고 사찰에서의 하루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휴식형을 추천한다. 어른 5만원, 청소년 3만원. 054-672-1446. cheongryangsa.org

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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