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백이 스스로 갇힌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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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8보(76~91)=76으로 모는 수는 이세돌 9단의 긴 수읽기가 완결되는 순간입니다. 이미 밝힌 것처럼 백은 이을 수 없습니다. 촉촉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해서 77 쪽으로 잇고 78로 따내는 것까지 이미 결정된 수순입니다. 백은 흑의 공격에 두 쪽으로 갈라져 금방 죽을 듯 보였지만 참 용케도 연결에 성공했네요. 하지만 이 백은 연결했을 뿐 산 건 아닙니다. 아래쪽에 흑의 대세력이 버티고 있어 지금부터 가시밭길을 잘 헤쳐나가야 하지요. 집은 많으니까 타개만 잘 된다면 판을 우세하게 이끌 수 있겠지요.

 구리 9단은 79로 공격을 개시합니다. 사소하지만 79는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할 맥점이군요. 79 대신 A로 모는 것은 안 됩니다. 백이 79로 패를 거는 수가 남아 손해도 손해려니와 대마 공격에 지대한 차질을 빚게 됩니다. 판을 망치고 마는 거지요.

 79 다음 80으로 웅크린 수는 아무리 이세돌 9단이라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참고도’처럼 백1로 시원하게 나가고 싶지 않습니까. 아래쪽 흑진을 부수는 의미도 있고 아무튼 나가고 싶지 않습니까. 당장 81로 막히니 하변 흑진이 더욱 어마어마해 졌습니다.

 그래서 박영훈 9단에게 물어보니 ‘참고도’ 백1은 한마디로 안 된다고 합니다. 흑2로 잡히면 흑은 완생인데 백은 한 집도 없어 어디까지 쫓길지 모른다고 합니다. 고생고생하다가 바둑이 끝난다는 거지요 (85, 88, 91=패 따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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