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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바꾸고, 노래 추가하고, 가격 내리고 … 검증된 수작들, 옷 갈아입고 관객에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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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겨울, 한국은 뮤지컬 대전의 조짐이다. 특이한 점은 신작보다 이미 검증된 레퍼토리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뜨거운 한여름을 뚫고 순항 중인 ‘맨 오브 라만차’를 필두로 창작, 라이선스, 중규모, 작가주의 등 다양한 차림상이 차려지고 있다. 저마다의 옷을 갈아입고 관객을 유혹 중인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봤다.

유주현 중앙SUNDAY 객원기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2년 만에 새 노래 추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매니어 군단을 몰고 다니는 창작뮤지컬의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애달픈 사랑을 돋보이게 할 풍성한 음악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재무장했다. 12년 만에 새로운 곡을 추가하고 전곡을 풀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했다. 애절함이 돋보였던 실내악 중심의 음악을 강렬하고 비트가 있는 웅장한 음악으로 탈바꿈시킨 것. 14인조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000년 초연 당시 국내 최초의 뮤지컬 팬클럽 ‘베.사.모’가 자발적으로 결성되면서 뮤지컬 매니어를 탄생시킨 작품. 남주인공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절절한 사랑 요소를 갖춘 덕에 여성팬의 몰입도가 유별나다. 남자배우들의 대표적인 워너비 작품으로 꼽힌다.

올해 베르테르 역은 2003년 꽃다운 미모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김다현이 컴백한다. 김재범, 성두섭, 전동석 등 지금 뮤지컬계에서 가장 핫한 신예들도 캐스팅됐다. 네 명의 베르테르 매력을 고루 느낄 수 있는 ‘4인 4색 베르테르 패키지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내년 1월 일본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 10월 25일~12월 16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5만~10만원. 1588-0688

맨 오브 라만차 컴백! 류정한

맨 오브 라만차

지난 6월 막을 올린 ‘맨 오브 라만차’는 연말까지 연장공연을 확정했다. 원조 돈키호테 류정한이 전격 합류한 덕이다. 류정한은 2005, 2008, 2010년 세 번의 공연에서 안정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명품 공연을 지탱해 온 주역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1965년 토니상 5개 부문을 휩쓴 브로드웨이 명작.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최고의 무대라는 극찬을 받으며 쇼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던 뮤지컬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2008년 더뮤지컬어워즈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최우수재공연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미 다섯 번째 리바이벌로 연말까지 장기전에 돌입한 것은 다양한 연령층의 고른 지지와 단체관람객들의 성원에 힘입은 덕이다. 최근 ‘더뮤지컬’ 선정 힐링뮤지컬 1위에 오를 만큼 지친 일상에 꿈을 되돌리고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 무대엔 매회 뜨거운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30대 이상 남성 관객이 탄탄한 지지층을 이뤄 기업 단체관람이 유독 많은 편. 연말 문화 망년회 1순위 아이템으로 꼽힌다.

▶ 12월 31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6만~ 13만원. 1588-5212

리걸리 블론드 정은지의 금빛 변신

리걸리 블론드

2009, 2010년 연말 흥행에 성공했던 히트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가 ‘리걸리 블론드’로 명칭을 바꾸고 한층 화려해진 핑크빛 무대를 준비 중이다. 2007년 초연 당시 토니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2011년에는 영국의 권위있는 올리비에상 뉴베스트 뮤지컬상을 받을 만 큼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지난 시즌 출연한 소녀시대 제시카와 함께 최근 케이블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히로인 정은지의 뮤지컬 데뷔가 단연 화제다. 주인공 ‘엘 우즈’ 는 2시간 동안 쉼 없이 극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로 가창력과 춤 실력, 연기력의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응답하라…’ 방영 초기 인지도는 낮았지만 정은지의 연기력과 에이핑크 메인보컬로서의 가창력을 눈여겨 본 제작진이 오디션을 거쳐 조기에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남주인공으로는 감미로운 음색의 가수 팀이 등장한다. 정영주, 조유신, 백주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탄탄한 드라마를 지탱한다. 음악도 한결 풍성해진다. 지난 공연에서 녹음반주를 사용했던 것을 장소영 음악감독이 보다 풍성한 악기 구성으로 재편곡해 라이브로 돌아오고, 다소 썰렁했던 무대는 영상을 접목해 업그레이드됐다.

▶ 11월 17일~내년 3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6만~10만원. 02-736-8289

어쌔신 황정민, 이번엔 대통령 암살미수범

어쌔신

브로드웨이 최고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과 충무로 스타 황정민이 만난다. 뮤지컬 ‘어쌔신’은 황정민이 ‘맨 오브 라만차’를 끝내자마자 연이어 밟는 무대라 그의 연기 변신이 주목된다. 이번엔 대통령 암살미수범이다.

‘어쌔신’은 1991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지만 ‘대통령 암살’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4년 비로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토니상 5관왕, 드라마데스크 4관왕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2005, 2009년에 이은 세 번째 무대다. 1865년 존 윌크스 부스부터 1989년 존 힝클리까지 각자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미국 대통령을 저격했던 인물들을 불러모은다. 탄탄한 구성에 개성 강한 캐릭터, 음악적 예술성까지 가미된 스티븐 손드하임 대표작의 하나다.

무대는 카니발 사격장. 주인이 제안한 게임에 따라 대통령을 쏠 기회가 주어지고, 저마다의 이유로 대통령을 암살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아무도 출판해 주지 않는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에게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직장에서 해고된 분을 풀기 위해 총을 드는 사람들. ‘암살자’라는 주제가 유머러스하게 해석되면서 역사와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 11월 20일~내년 2월 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4만~8만원. 02-744-4033

영웅 전석 5만원 … 가격 파괴 성공하나

민족의 영웅 안중근의 고뇌를 그린 뮤지컬 ‘영웅’은 뮤지컬 대중화를 표방하며 가격을 대폭 낮췄다. 전석 5만원 이하다. 2010년 더뮤지컬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나란히 6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창작뮤지컬육성지원작으로 5억원을 지원받았다.

안중근 역에는 상반기 ‘엘리자벳’의 루케니로 카리스마를 뽐낸 실력파 배우 김수용이 거머쥐었다. 김수용은 2009년 초연 당시 정성화와 함께 최종 오디션에 올랐던 준비된 배우다. 역할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으로 새로운 안중근을 연기하고 있다. 가상 인물 설희로 등장하는 리사는 특유의 폭발적 가창력을 마음껏 과시 중이다.

‘영웅’의 무대는 실물 크기 기차, 영상과 실물의 짜릿한 교차로 유명하지만, 아찔한 높이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추격장면이 더욱 백미다. 독립군과 일본군이 철제 구조물을 리드미컬하게 뛰어다니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군무는 박진감 넘치는 비주얼로 전율을 일으킨다.

▶ 11월 18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3만원, 5만원. 02-2250-5900

그리스 10주년 기념 업그레이드

지난 10년간 엄기준, 오만석, 이선균, 김무열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흥행을 이어온 ‘그리스’가 올해도 찾아왔다. 지난해 1500회를 돌파했다. 브로드웨이 40주년, 한국 10주년을 기념해 확 달라졌다.

러닝타임 내내 기분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그리스’ 특유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차 모형을 동원해 무대미술을 전면 교체했다. 시선을 지배하는 대형 LP판에 설치된 LED가 장면마다 다양한 빛깔로 무대를 물들이고, 학교 운동장을 상징하던 계단식 무대는 60년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상징하는 세트로 바뀐다.

정민, 고은성 등 신예 스타 외에 개그콘서트 3인방 노우진, 이동윤, 유민상의 합류는 공연에 감칠맛을 더한다. 셋은 개콘에서 ‘뮤지컬’ 코너에 출연한 바 있다. 이들이 맡은 어설픈 라디오 디제이 빈스폰테인은 뮤지컬 ‘그리스’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역할이다.

▶ 12월 1일~내년 1월 20일.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4만4000~7만7000원. 1588-5212

마리아 마리아 1대 마리아의 연출 도전

성경 속 최대의 미스터리 막달라 마리아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1대 마리아로서 8년 동안 무대를 지킨 강효성이 10주년 무대의 연출로 나선다. 예수 역의 로커 김종서와 고유진, 마리아 역의 도원경 등도 10주년을 빛낼 주역들.

예수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종교 지도자들이 창녀 막달라 마리아를 사주해 예수를 유혹해 죽이려는 계략을 꾸미지만, 마리아는 예수의 위대한 사랑을 깨닫고 훗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까지 곁을 지킨다는 내용.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김종서는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를 열연한 지 6년 만에 예수로 변신하고, 고유진은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의 호연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소경 역의 가수 윤복희는 2004년부터 줄곧 함께하고 있다. 첫 연출에 도전하는 강효성은 ‘멋있는 공연’을 모토로 안무에 더욱 힘을 주고, 경사무대를 적용해 보다 세련된 무대로 승부한다는 복안이다.

▶ 11월 17일~12월 30일. 서울 용산동 6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4만~10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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