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깡통아파트 위험’ 대출 48조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내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담보인정비율(LTV) 한도(60%)를 초과한 대출이 4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정확한 규모가 집계되지 않는 제2금융권까지 감안하면 LTV 한도 초과대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284조5000억원) 중 LTV 한도 초과 대출은 16.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대출은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다 못 갚는 이른바 ‘깡통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 집값이 높았을 때 받은 대출이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하락하면서 대출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깡통 아파트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환·국민·SC은행의 초과대출 비중이 높았다. 국민은행은 총 주택담보대출(71조1000억원)의 21%(14조9000억원)가 LTV 한도를 초과했다. 외환은행은 32.3%, SC은행은 22.6%로 위험수위로 불리는 20%를 넘었다. 신한·우리은행은 이 비중이 낮았지만 대출 규모는 각각 6조5000억원, 5조4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의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 연체율이 지난해 말 0.61%에서 올 8월 말 0.91%로 껑충 뛴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LTV가 높다고 꼭 부실 대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전반적으로 가계 부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LTV 한도 초과 대출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통일당 성완종 의원은 “집값 하락의 여파와 동시에 금융당국의 철저하지 못한 관리 등이 위험대출이 늘어난 원인”이라 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