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사업가 "북 태도 변화 가능성"

미주중앙

입력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지 4년을 넘긴 가운데 북한 측이 그동안의 강경한 태도에서 유연한 자세로 전환할 의지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관계자는 지난 9월 한 미주 한인사업가와 만난 자리에서 ▶금강산 주둔 군대 후방 철수 ▶금강산 사업 등록 대상업체의 개별 등록 재고 및 현지 방문 긍정 검토 ▶박왕자씨 사망사건 관련 유가족 및 해외 언론의 사고지점 현지 참관 및 당시 근무 병사 면담 추진 동의 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 북측 관계자는 아울러 현대아산이 원하면 기존 방식으로 계속 사업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동안 인정했던 독점권은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미주지역에 북한산 평양소주 등을 수입 판매했던 박일우(영어명 스티브.사진) 씨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박씨는 작년 여름 자신이 운영하는 미주조선평양무역주식회사가 북측과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씨는 LA 거주 지인을 통해 지난 9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오간 대화 요약문도 본지에 전달했다.

요약문에는 박씨가 "한국에 내년 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직 간접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견된다.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관련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 내용도 포함됐다.

박씨는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활기에 찬 모습이라고 느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3년 9월 동해선 육로 관광길이 열리면서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 관광 시작 10년 만인 2007년엔 누적 관광객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2008년 7월 11일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이튿날부터 금강산 관광이 전격 중단됐다. 한국 정부는 북측에 진상조사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재발 방지 약속을 문서로 확약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4년이 흘렀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지난 4년 동안 한국 측은 2조 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박씨는 대화 요약문에서 평양과 금강산 등지에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호텔 객실 수요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강산 현지 관광객 수는 주중 평일 350~450명 주말 550~750명 가량이며 재중동포(조선족)와 중국인 제3국인과 제3국 한인이 여러 부문에서 북한 관련 사업을 진행하거나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밝혔다.

김병일 기자 mirs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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