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두 영웅의 조우, 미키 맨틀과 배리 본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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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배리 본즈는 그가 살던 시대의 두 스포츠 영웅이었던 카림 압둘 자바와 미키 맨틀을 영웅으로 삼으며 자라났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야구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최고의 목표로 정한 본즈는 많은 점에서 맨틀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961년 팀동료 로저 매리스와 함께 홈런으로써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맨틀이나 올시즌 가공할 만한 홈런포로써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본즈의 모습은 우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점에서 그들만의 첫번째 공통점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현시대의 팬들의 입에서 맨틀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처럼 본즈 역시 후세의 역사가들에 의해 반복해서 이야기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야구영웅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중요한 지표인 것이다.

MVP를 3번씩이나 수상했다는 점도 이들 두 영웅에게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역사상 이 기록을 달성했던 선수들이 불과 8명이라면 우연치고는 아주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역사상 최고의 스위치 타자로 평가받고 있는 맨틀은 이 점에서 그 당시의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이 점은 또한 본즈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3년전에 이미 도달한 사상 최초의 400(홈런)-400(도루)과 조만간 이루어낼 500-500이라는 대기록을 통해서 본즈는 홈런타자에게 있어서도 도루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신기원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그도 역시 맨틀처럼 입지전적인 인물로 남게 될 것이다.

7월 13일(한국시간), 본즈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시즌 40호 아치를 그려냈다.그리고 본즈는 통산 홈런순위에서도 역대 10위권에 진입하며 그의 기쁨을 배가시킨 날이기도 했다. 오랜 동안 홈런 가뭄에 시달리며 팬들의 소망을 외면하고 있던 본즈가 기념비적인 홈런을 때려내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결국 올스타전이라는 달콤한 휴식이었던 것이다.

이제 본즈는 어린시절 그가 우상으로 여기던 맨틀(통산 536개)과의 홈런격차도 단 2개차로 좁히게 되었다. 그리고 조만간 본즈는 맨틀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과정을 본다면 정말 많은 점에서 두 영웅의 모습은 비슷하게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를 잊고 있다. 그것은 바로 월드시리즈라는 가을의 전설에 두 선수 모두가 초대받지 못했다는 점이다.'10월의 전설'을 생각해 보면 이들 두 영웅의 모습은 지금까지 평가해 왔던 모습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맨틀은 그가 살던 시대의 두 명의 다른 영웅이었던 조 디마지오와 요기 베라 덕분에 7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고, 월드시리즈에서 그가 기록한 18개의 홈런은 아직도 그를 이 부문에서 최고의 선수로 남아 있게 하고 있다. 어찌보면 맨틀은 자신의 뛰어난 재능도 있었지만 양키스라는 최고의 명문구단이 가장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행운아였던 것이다.

그러나 본즈는 최고로 뛰어난 야구재능을 가지고는 있지만, 가을의 전설에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한 불운한 선수 중의 한 명이다.

1986년 월드시리즈 5번 우승의 명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했지만 소속팀은 7년전인 1979년에 그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를 치루었고, 1993년 역시 월드시리즈 5번 우승의 명문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했을 때에도 소속팀인 자이언츠는 4년전인 1989년에 그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를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즈에게는 최고의 선수라는 그의 모습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월드시리즈라는 단어가 매우 낯설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올시즌 자이언츠는 지구라이벌인 디백스와 다저스에 밀리며 힘든 레이스를 펼쳐가고 있다.그리고 본즈가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는 것도 전혀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본즈에게는 하나의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역사에는 우리가 도저히 믿기 힘든 수많은 우연한 사건들이 있지 않았던가?

타이 캅이 야구계를 떠났던 9월 11일에 피트 로즈가 캅의 통산최다안타 기록을 넘어섰고, 윌리 맥코비가 그의 스승이었던 테드 윌리엄스와 똑같은 통산 521개의 홈런을 때려내었으며, 레지 잭슨이 자신의 우상이었던 윌리 메이스를 자신의 첫번째 월드시리즈였던 1973년의 뉴욕 메츠와의 가을의 전설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본즈 역시 어린 시절 자신이 영웅으로 삼았던 맨틀의 홈런기록을 넘어서는 올시즌이라면 월드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행운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월드시리즈에서 본즈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신이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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