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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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나 개인이나 빚이 많아 좋을 것은 없다.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 외환위기를 겪었던 경험에 비추면 빚 걱정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일반 개인들의 빚이 소득에 비해 많을 뿐 아니라 빠르게 늘고 있다는 통계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1980년 이후 20년 동안 국민소득은 14배 늘어난 반면 개인들의 빚은 4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빚이 워낙 빨리 늘다보니 빚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들의 가처분소득과 비교한 이자의 비율은 그동안 10%를 넘어서 미국.일본의 세배 이상 되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 정도면 그동안 빚장사했다고 손가락질했던 기업들보다 나을 것이 없다.

개인의 빚부담 증가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개인들의 씀씀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들어서는 개인들의 소비나 투자가 불황 속에서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 대출은 외면한 채 가계대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금융기관들 역시 개인의 빚부담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빚은 능력에 비해 감당할 만한 수준이냐는 점이 중요하다. 한은은 올들어서도 지난 1분기에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7% 증가에 그친 반면 가구당 빚은 23.7%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인부채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가계나 정부 모두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무엇보다 개인들의 합리적인 자금운용이 필요하다. 씀씀이와 능력을 꼼꼼히 따져 돈을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도 떼일 위험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개인대출 위주의 소매금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서 돈이 좀 더 생산적으로 흐를 수 있는 경제여건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빚더미에 눌린 개인이나 금융기관들 때문에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아 불황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함정 같은 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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