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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3.0시대, 개방과 융합으로 창의력 끌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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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김용근 원장은 “국내 기술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관, 국가, 이종 분야 간 개방과 융합을 통해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도전적인 R&D를 추구하는 ‘R&D 3.0’의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은 끝이 없다. 하지만 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능 외에 다양한 감성과 창의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술산업에서는 창의성보다는 기능성이 중시돼 왔다. 이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그 선두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김용근 원장이 있다. 김 원장과 함께 국내 기술산업의 발전 방향과 그가 말하는 ‘R&D 3.0’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및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의거해 2009년 5월 4일 설립된 지식경제부 산하 준정부기관입니다. KIAT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을 통해 산업기술기획 및 산업기술진흥시책의 총괄지원기능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산업기술정책 수립 ▶산업기술 기반 조성 ▶산업기술 이전 및 사업화 촉진 ▶지역산업 육성 및 지원 ▶국제산업기술협력 등이 있습니다.”

-국내 기술산업 발전을 위해 R&D 3.0을 주장하고 계십니다. 간단히 설명한다면?

"R&D 3.0은 ‘기관 간, 국가 간, 이종 분야 간 개방과 융합을 통해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도전적인 R&D를 추구하는 R&D 패러다임’을 말합니다. 기술 중심, 기능적 면에만 치중한 R&D가 아닌, 소비자 중심·인간 중심의 R&D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 가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 산업기술 정책은 그동안 선진국의 단일 기술을 그대로 도입하거나(R&D 1.0 시대),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데 급급했는데(R&D 2.0 시대), R&D 3.0 시대에는 기술과 인문학, 예술 등 이종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개방적 사고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특히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각 분야가 융합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R&D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을 올리는 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기능에 어떤 가치를 더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R&D 3.0의 핵심이 바로 영역별 ‘융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 성공사례가 있는지?

"경기도 양주의 조명업체 필룩스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필룩스는 단순한 조명기기 업체를 거부합니다. 조명을 ‘문화를 창조하는 기기’로 인식하는 ‘조명문화업체’를 표방합니다. 인간의 눈에 가장 편안한 자연의 빛을 조명으로 구현하는, 이른바 ‘감성조명’ 분야를 개척하고 있지요. 제품뿐이 아닙니다. 사옥에 조명박물관을 만들어 사진전·설치미술 같은 전시회도 기획하고, 야외 공연장에서는 양주 지역민들과 직원들의 감성을 일깨워주기 위한 음악 공연도 개최합니다. 필룩스가 조명을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기기’로만 보고 기능적인 연구에만 집착했다면 하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조명기기의 역할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깨부수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필룩스야말로 대표적인 R&D 3.0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R&D 3.0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 대학, 정부 등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기술, 인문학, 윤리 등에 대한 관심이 적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인문학과 기술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은 물론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노력은?

"좋은 지적입니다. 창의적 인재 발굴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작 입시교육 위주의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술을 실험실에서 손으로 배우지 않고 책상 앞에서 이론으로만 배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초·중·고교에서 ‘만지는 기술교육’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등학교 기술공작실 사업입니다. 학교에 기술공작실을 설치하도록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등 생활공간 내에 기술교육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부 지자체와의 협력 하에 ‘생활 속 창의공작 플라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집 옆에 붙어 있는 차고에서 부수고 뜯으며 기술을 익히고 있잖습니까. 기술은 다른 암기 과목처럼 주입식으로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어릴 때부터 집과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몸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아는데 주요 행사를 소개한다면?

"흔히 ‘기술’이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KIAT에서는 이런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매년 벌이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찾아낸 아이디어를 기술과 연계시켜 실재 시제품으로 제작하도록 지원하는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 대학생들의 기술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대학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 등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기술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테크매니아 페스티벌’, ‘스마트폰 영화제’, 산업기술인이 미래 주인공이라는 취지로 우수 기술을 홍보하고 그분들의 노고를 치하 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기술대상 시상식”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 개소한 기술인문창작소에서는 창의융합콘서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인문, 철학, 디자인, 예술 등 다양한 분야가 기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디자인과 기술의 만남’ 등 4회의 콘서트가 개최됐으며, 연말까지 5회가 더 진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KIAT의 대표적인 행사라면 아무래도 ‘테크플러스 포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크플러스 포럼은 기술에 인문학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산업기술 분야에 혁신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지식콘서트로, KIAT 창립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에는 ‘꿈, 기술과 만나다’(dream@technology)라는 주제로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게 개최됩니다.”

-진흥원 활동을 살펴보면 다른 분야에 비해 산업기술 이전 및 사업화 촉진 분야 활동이 미비한 것 같은데 올해는 어떠한가?

"KIAT는 시장 중심의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기획하고, 사업화 기반 구축 및 기술금융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화에 필요한 각종 법률 개선이나 제도 개선을 지원하고, 기술 이전을 통한 사업화가 활성화되도록 기술이전설명회를 열고 있습니다. 지식재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것도 KIAT의 역할입니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전문 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월드클래스300’ 기업을 올해 35곳 선정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술사업화를 담당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 8개 MOT(기술경영) 전문·일반대학원의 석·박사 학위 과정을 200여 명 지원했습니다(올해 상반기 기준). 또한 담보력이 부족한 혁신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을 신용대출해 주기도 합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18건의 기술평가 지원을 통해 95억원의 신용대출을 연계해 주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 유망 신기술의 사업화투자재원 공급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신성장동력 펀드를 조성하고 지금까지 약 40여 개 기업에 투자하였습니다.”

이정구, 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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