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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창작촌 …철공소 1번지, 예술을 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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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문래동 건물에 설치된 조형물.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를 위한 노력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 비해 시작은 늦지만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는 기술문화산업공간이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공간으로는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적으로 정착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밖에 철강단지에서 창착촌으로 변신한 문래동 창작단지와 새로운 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한 서울디지털단지도 있다.

◆문래동 창작촌=‘대한민국 철강재 판매 1번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동은 1960년대 급속한 공업화로 영등포 일대에 공장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철강단지가 형성됐다가 1990년대부터 서울 외곽으로 공장들이 빠져나가면서 사양길을 걷고 있다.

문래동3가 일대에는 아직도 소매상과 철공소 등이 꽤 남아 있다. 철강, 스테인리스강, 특수강, 용접, 절단, 파이프, 알루미늄 등 문래 사거리 뒤쪽에는 이런 간판을 단 소규모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더 이상 철강재 판매 1번지가 아니다. 이곳에선 낮에는 1층 철공소에서 노동 활동이 일어나고, 밤이 되면 건물 2, 3층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몰두한다. 이제 사람들은 문래동을 철공소의 에너지와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는 ‘문래동 창작촌’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선 65개 작업실에서 150여 명의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은 2007년 6월에 거리축제인 ‘경계 없는 예술프로젝트@문래동’을 열었고, 10월에는 연합축제인 ‘물레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해 시민들에게 자신들을 알리기 시작했다.

젊은 예술가들 덕분에 침체 일로를 걷던 이 지역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철공소 종사자들은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고, 행사 후에는 예술가들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대문이나 옥상에 그림을 그려 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예술가들은 철재 등의 재료를 공짜로 제공받곤 한다.

문래동 창작촌이 인기를 끌면서 영등포구에서는 공정여행 상품 ‘올래?문래!’ 문화 투어를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철공소와 예술가가 공존하며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문래 예술창작촌 일대를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여행 상품을 신청하면 문래 창작촌에서 활동 중인 예술 작가가 가이드가 되어 창작촌의 형성과정을 알려주고, 예술과 철제 산업이 함께 숨쉬는 문래동 곳곳의 벽화와 예술 작품을 찾는 골목길 투어가 진행된다. 또 여러 대안 공간의 전시회 관람을 비롯해 현대 무용, 인디 밴드 등의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는 ‘책의 도시’다. 바로 이곳이 출판을 중심으로 한 문화생태도시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헤이온와이, 네덜란드의 브래드보트, 벨기에의 레뒤 등 책의 도시가 있기는 하지만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만큼 규모가 크고 체계적인 도시는 없다.

출판단지는 1단계 지구와 2단계 지구로 나뉜다. 1단계 지구는 26만4800평의 대지 위에 유통센터, 출판·인쇄지구,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지원시설이 들어섰다.

유통센터는 출판 인쇄 서적상 등 200여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는 한국출판유통이 주관한다. 책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설과 필요한 때에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는 5452평 부지에 건설되는 건평 5300평의 4층 건물이다. 그중 출판문화교육센터는 이벤트 홀과 대회의실을 갖춰 출판인 교육에 주력하게 된다. 전시·정보 지원센터에서는 국제회의 등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다.

출판·인쇄지구는 출판사와 인쇄회사가 입주하는 곳이다. 현재 돌베개, 동녘, 문학동네, 민음사, 사계절, 열림원, 열화당, 창비, 푸른숲, 한길사, 효형출판 등 국내 유명 출판사들이 대거 들어서 있다. 인쇄업체인 보진재와 지류회사인 지지아이 등도 입주해 있다.

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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