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력형비리 조사처'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수위가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비리 조사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노무현 당선자의 부패 척결 의지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역대 정권이 대부분 권력형 비리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던 것을 감안하면 새 정부로서는 이같은 조치가 절실한 형편이다. 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에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차남 현철(賢哲)씨 문제가 불거졌다.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도 '홍삼(弘三) 게이트'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盧당선자 측은 이같은 권력형 비리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국정 추진력을 현저히 감소시킴으로써 개혁의 발목을 잡는 주 요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盧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DJ 양자론'과 '부패정권 심판론'등 한나라당의 공세에 시달려 온 만큼 획기적 비리 척결 방안 제시야말로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던 절반의 국민을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 참모는 전했다.

이미 盧당선자는 대선 전인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 등의 공약도 제시했다. 최근에는 "지금부터 친인척들에게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한다"며 경계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비리 수사처를 별도 기구로 설치해 수사 및 소추 권한을 전담케 하는 방안과 부방위 산하에 전담 기구를 두고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했다.

그러나 별도 기구를 신설하려면 감사원.검찰.경찰 등 기존 사정기관의 관련법 체계를 모두 개정해야 하고, 옥상옥을 설치한다는 비난도 따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검찰의 반발이나 부방위의 고위 공직자 고발권과 중첩되는 문제, 사정기능이 지나치게 분산되는 부담도 고려됐다.

부방위는 3부에서 추천한 아홉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직무상 독립성과 위원들의 신분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어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인수위 측은 보고 있다.

각 사정기관 간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또 조사권이 부여되는 부방위에 수사.금융.정보 인력을 충원하면 사전 예방활동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조사처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실과 대검 중수부,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국정원 등에 분산돼 있던 관련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소권은 검찰이 계속 갖지만 전담 기구가 조사 및 수사 권한과 특검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