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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수도권 미군 다 내보낸다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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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공개한 2차 정상회담 당시 ‘합의 해설 자료’ 문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의 단독회담을 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붉은 원 안).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한미군을 수도권에서 다 내보내겠다”고 말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청와대 통일비서관 출신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대화록 안에 국감에서 공개한 북방한계선(NLL), 북한 핵 외에 주한미군 관련 부분이 있다”며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에서 다 내보내겠다’는 발언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한 내용이 대화록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국정감사(8일)에서 노 전 대통령이 “앞으로 서해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 “북한의 핵 보유는 정당한 조치라고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 데 이은 폭로의 3탄이다. 다만 정 의원은 수도권 철수 범위와 관련해 ‘동두천 미 2사단을 포함한 주한미군 평택 이전을 의미하는 거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이 수도권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을 뿐 제가 의미를 어떻게 알겠나. 수도권이라면 통상적인 구분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이 당시 추진하던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를 넘어 추가적인 수도권 이남 철수를 약속한 것이라면 파장이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 1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용산기지를 포함한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에 합의한 뒤 공동선언에서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공약으로 내건 적도 있었다.

 정 의원은 단독회담 비밀 대화록의 존재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단장이던 정상회담 실무추진단의 ‘회담 결과 설명자료’와 당시 북한 노동신문 보도에도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회담을 2회 했다고 나와 있다”며 “회담 직후 두 사람이 만찬과 ‘아리랑’ 공연 관람을 위해 이동한 뒤 양측 실무진이 10·4 선언문 작성을 위해 북한이 제공한 녹취록과 회담 메모 기록에 근거해 대화록을 작성했고, 그게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1급 비밀) 회담록”이라고 했다.

 당시 회담 배석자였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JTBC와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저쪽(북한)이 녹음하는 것은 합의가 된 걸로 알고 있고 우리는 안 했다. 우리 측에서는 어떻든 수기(手記)로 전체 내용을 정리해서 그게 대화록으로 남아 있다고 들었는데 다만 대화록은 본 일이 없다”고 밝혔다. 정문헌 의원이 제기한 북측 녹취록의 존재 가능성은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 발언에 대해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주한미군에 관한 정 의원의 발언은 완전 허위다. 전혀 그런 적이 없다”며 “그 자리에서 주한미군 어쩌고 하고, 핵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6자회담, 핵 포기를 목표로 추진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명예를 걸고 얘기하는데 두 사람만의 비공개 회담은 없었고, (정 의원이 주장한) 비선으로 녹취록이 온 것도 없고, 통일부에 대화록을 보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회담 관계자는 “정 의원이 대화록을 66쪽이라고 했지만 우리 측이 만든 대화록은 200쪽이 넘었다”며 “문재인 후보도 당시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서울에서 실시간 보고를 받아 전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으니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진상조사특위는 12일 국회에 NLL 무효화와 대규모 대북지원 논의를 포함한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국가기록원에 1급 비밀로 지정·보관 중인 회담록 열람도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10·4 공동선언 대화록을 쟁점화하자 민주당은 “신북풍을 조장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의 지지가 하락하자 국면전환용 색깔론으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며 “녹취록을 공개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1급 비밀로 분류된 기록을 정문헌 의원과 새누리당이 불법 열람, 유출한 죄는 처벌 대상”이라며 역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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