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아닌 국가 ‘시랜드 공국’국왕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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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베이츠

영국 연안의 군사요새를 점거해 국가 ‘시랜드’(Sealand)의 성립을 선포했던 로이 베이츠(91)가 숨졌다. 시랜드의 웹사이트는 10일(현지시간) “알츠하이머 를 앓던 로이공이 영국 본토 리-온-씨의 양로원에서 전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인구 27명, 넓이 550㎡(약 166평)의 초미니 국가인 시랜드의 역사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츠는 영국 동쪽 해안에서 13㎞ 떨어져 있는 인공구조물인 러프즈 군사요새를 무단 점거한 뒤 국가를 세우고 본인을 프린스로 지칭했다. 당시의 영해 기준은 3해리(5.556㎞) 이내로, 러프즈 요새는 영국 영해에 속하지 않았다. 육군 소령 출신의 어부였던 베이츠는 그 무렵 유행하던 해적 라디오 방송에 착안해 국가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60년대 영국에서는 선박이나 해상 요새에서의 라디오 방송 송출이 유행했다. 영국 법원은 68년 베이츠의 무단 점거 혐의에 대해 재판을 열었으나 영해 범위에 속하지 않아 철거에 실패했다.

‘시랜드 영토?인 영국의 해상 인공 구조물. 1999년 촬영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영해의 국제기준이 12해리 로 늘어나면서 시랜드는 영국의 영토가 됐지만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츠는 ‘ 바다의 자유’라는 국가 모토와 함께 여권·화폐·우표까지 발행했다. 어느 나라도 국가로 인정해 주지는 않았다. 베이츠는 평소 인터뷰에서 "나는 젊어서 죽을 수도 있고, 늙어서 죽을수 있지만 심심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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