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나를 보낸 롯데, 너를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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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준석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1회 초 2사 1루에서 2점 홈런을 쳐낸 뒤 포효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두산은 최준석이 준플레이오프 첫 홈런을 뽑아내는 등 타선이 폭발해 2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부산=연합뉴스]

2012 준플레이오프는 ‘복수혈전’ 시리즈가 될 것인가. 두산에서 버림받은 용덕한(31·롯데)이 2차전 결승 홈런을 날린 데 이어 3차전에서는 최준석(29·두산)이 자신을 내보낸 사직구장 관중석을 향해 호쾌한 홈런을 꽂아버렸다.

 최준석은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이던 1회 초 2사 1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는 투런 홈런으로 초반 승기를 가져왔다. 상대 투수 사도스키의 120㎞짜리 커브가 몸쪽 높은 곳으로 향하자 최준석은 지체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최준석은 올 시즌 타격 슬럼프를 겪으며 두 차례나 2군으로 내려갔다.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인 타율 2할5푼, 6홈런·30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3차전에서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잡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최준석의 홈런으로 기세를 탄 두산은 10안타를 몰아치며 롯데를 7-2로 꺾고 2패 뒤 1승을 올렸다.

 최준석은 2001년 롯데 입단 당시 거포로서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이대호(30·오릭스)와 포지션이 겹친 탓에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2006년 롯데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고, 두산에서 거포로 성장했다.

 두산으로서는 승리뿐 아니라 경기 분위기를 끌어오는 ‘미친 선수’와 믿음직한 불펜 투수가 나온 것도 반갑다. 내야수 오재원(27)은 연이은 호수비로 롯데의 추격을 봉쇄했다. 3-2이던 3회 말 1사 1루에서 박종윤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한 뒤 글러브로 유격수에게 송구해 더블플레이를 만들었다. 4-2이던 7회 초 1사 1, 2루에서는 주자 일소 3루타를 때려낸 데 이어 득점까지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서는 신인 투수 변진수(19)가 빛났다. 3-2이던 5회 말 2사에 생애 첫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 변진수는 2와 3분의 1이닝, 무안타·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구속 147㎞ 직구에 싱커와 체인지업을 섞어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롯데는 스스로 무너지며 준플레이오프 사직구장 7연패를 당했다. 2010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 뒤 3연패한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경기도 2010년처럼 연이은 주루 실수로 패배 빌미를 내줬다. 롯데는 0-3이던 1회 말 1사 만루에서 3루 주자 조성환이 박종윤의 타구를 잘못 판단한 탓에 홈 쇄도가 늦어 태그아웃 당했다. 2-3으로 쫓아간 4회 말 1사 3루에서는 3루 주자 전준우가 용덕한의 스퀴즈번트 시도 때 귀루가 늦어 횡사하고 말았다. 롯데로서는 2년 전 대역전패의 데자뷰가 어른거린 밤이었다.

부산=허진우 기자

양팀 감독 말

▶김진욱(두산 감독)=“이겨서 기분 좋다. 이전보다 타선이 활기찼다. 1회 3점을 먼저 얻어내고 1점 차로 쫓겨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 중요한 시점에서 오재원이 타점을 내주며 잘해줬다. 투수 쪽에서는 변진수가 잘했다. 신인답지 않게 배짱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투구 내용이 좋아 생각보다 오래 마운드에 뒀다. 오늘 투수들을 총동원할 생각이었다. 내일도 선수들 총동원하겠다. ”

▶양승호(롯데 감독)=“선발 사도스키가 1회 내용이 안 좋았고 부상까지 왔다. 손등에 경련이 일었다고 한다. 선발이 일찍 무너져 투수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2-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성배를 일찍 뺀 게 패인으로 생각한다. 2차전까지 두산이 빠른 발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는데 오늘은 좋은 모습이었다. 미디어데이에서 말한 ‘3승1패로 끝내겠다’는 말을 내일 꼭 지키겠다.”

준PO 3차전 승부처

<1회 초> 두산 3-0 롯데

두산 1사 3루(이종욱)서 김현수 1타점 적시타.
최준석 2사 1루에서 2점 홈런.

<2회 말> 두산 3-2 롯데

롯데 2사 1, 3루서 이용찬의 보크로 1득점. 이어 2사 2루서 김주찬의 1타점 적시타

<7회 초> 두산 7-2 롯데

두산 무사 1, 3루서 윤석민의 1타점 적시타. 이어 1사 1, 2루에서 오재원 2타점 3루타. 이원석 내야땅볼 때 3루 주자 오재원 추가 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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