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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 사용? 락앤락 vs 글라스락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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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만드는 삼광유리가 경쟁사 락앤락에 대해 “환경호르몬이 없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삼광유리는 10일 “락앤락이 2009년 내놓은 밀폐용기 ‘락앤락 비스프리’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100% 환경호르몬 프리’란 광고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설 시험기관 ‘서티캠(CertiChem)’에 직접 의뢰해 락앤락 제품을 시험했더니 환경호르몬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더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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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광유리 정구승 마케팅팀 부장은 “락앤락에 식염수를 넣고 일정 기간 자외선 등에 노출시킨 뒤 유방암 세포를 넣었더니 암세포가 기준치 이상으로 증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실험은 환경호르몬을 검출하는 공인된 방식으로, 암세포가 많이 늘었다는 것은 환경호르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레인지에서 쓸 수 있다’는 광고 표현도 문제 삼았다. “락앤락 비스프리의 원료를 만드는 미국 ‘이스트만(Eastman)’이 자사 홈페이지에 ‘전자레인지 사용여부에 대해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고 써놨다”는 것이다.

 락앤락은 반박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규정한 방식으로 동물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환경호르몬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험을 주도한 기관 서티캠의 신뢰성이 의심스럽다”며 “이 기관은 락앤락의 소재를 제조하는 회사와 소송 중이기 때문에 편파 판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전자레인지에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조사 자율에 맡긴다”며 “섭씨 110도 이상에서도 변형이 없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2009년 신제품인 ‘비스프리’는 안전에 더 신경을 써서 기존보다 2~3배 비싼 소재를 쓰는 제품”이라고도 했다.

 두 회사의 ‘밀폐용기 전쟁’은 이로써 다섯 번째 라운드를 맞았다. 다툼은 1998년부터 밀폐용기를 만들던 락앤락에 삼광유리가 글라스락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낸 2006년 시작됐다. 음료·화장품·제약에 유리병이나 캔을 만들어 납품하던 삼광유리의 ‘글라스락’은 출시 첫해 크게 성장했다. 2006년 9월 한 방송사에서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내보낸 후였다. 그해 1~9월엔 매출이 9억원이었는데 10~12월 석 달 동안에만 80억원어치를 팔았다.

 락앤락은 글라스락의 ‘락’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등록 가처분 신청으로 첫 소송을 냈지만 2007년 서울고등법원·대법원에서 차례로 패소했다. 이듬해 삼광유리가 밀폐 기술을 도용했다며 제기한 특허권 소송에서도 졌다. “뚜껑·잠금장치의 기술이 이미 공개된 것”이란 법원 판단이 있었다. 플라스틱 용기만 만들던 락앤락은 2007년 유리로 된 밀폐용기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광고로 공방전을 이어갔다. 글라스락은 “플라스틱 용기 찜찜하셨죠?”라고 했고, 락앤락은 “글라스락의 유리는 급격한 온도 차이에 깨질 수 있다”고 광고했다. 광고 공방에선 락앤락이 승기를 잡았다. 서울지방법원은 2008년 “락앤락의 비교 광고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란 판결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라스락이 경쟁사를 비방했단 이유로 과징금 1억4600만원을 물렸다.

 5년째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회사 규모에선 차이가 크다. 락앤락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969억원. 삼광유리는 500억원이다. 수출을 포함하면 락앤락이 4800억원, 삼광유리는 940억원이다. 권재용 삼광유리 법무팀장은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락앤락이 법적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락앤락의 이경숙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마찰을 빚어 1위 업체에 도전하는 ‘노이즈 마케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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