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들 '1등 상품 모방'해 판매수익 '짭짤'

중앙일보

입력

할인점이 제조업체의 1등 상품을 본뜬 이른바 미투(Me Too)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제조업체 히트상품과 내용물이 비슷하지만 할인점이 자사상표(PB)를 붙여 파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경쟁사 제품을 배끼는 사례는 흔했는데, 유통업체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나선 것이다.

매장을 가지고 있는 할인점이 사은품 끼워주기 등의 판촉행사를 하면서 자체 미투 상품 팔기에 힘을 쏟고 있어 제조업체와의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김승회 바이어는 "미투 상품은 제과.음료 분야에서 제조업체들의 고유영역처럼 여겨져 왔으나 할인점의 유통망이 커지면서 그 성역이 깨졌다" 며 "1등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 이외의 회사와 손잡고 할인점 브랜드로 미투 상품을 내놓게 됐다" 고 말했다.

이마트(http://www.shinsegae.com)는 지난 4월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매실주 설중매.매취순을 본떠 '구름에 달가듯이' 라는 매실주를 출시했다.

해태앤컴퍼니라는 주류업체와 공동으로 기획해 이마트에서만 팔기로 하고 만든 것이다. 지난달 판매비율은 26%로 설중매(44%).매취순(31%)을 위협할 정도다. 용량이 기존 제품의 배 수준인데 값이 6천6백원으로 15% 정도 싼 것이 한몫했다.

이마트는 또 지난 5월 종근당건강㈜과 공동기획으로 기능성 캔디시장의 인기제품인 롯데 목캔디와 해태 허브Q를 본뜬 '맑은목 도라지' 를 선보였다.

자일리톨과 장생도라지 등 고급 첨가물을 넣었다.

값은 기존 제품의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기존 제품을 따라 잡았다.

지난달 이마트에서 맑은목 도라지는 세 제품 매출액 중 45%를 차지해 롯데 목캔디(29%)와 해태 허브Q(26%)를 크게 앞질렀다.

롯데칠성의 젤리 음료 '워터 젤리' 가 상반기 인기를 끌자 이마트는 미투 상품으로 '젤리 플러스' 를 내놔 약진하고 있다. ㈜한미에서 제조한 이 상품은 가격이 7백20원으로 워터젤리(8백50원)보다 싸다.

워터젤리와 나란히 진열해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게 하자 이마트에서 지난달 매출액이 6대4로 앞섰다.

킴스클럽(http://www.kimsclub.co.kr)은 미투 상품의 영역을 식품 중심에서 가정용품으로 넓히고 있다.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상반기 히트한 수입품 군살빼기 운동기구 'AB슬라이드' 를 킴스클럽에서 '에어로 슬라이드' 란 미투 상품으로 개발해 2만8천원에 내놓았다.

롯데 마그넷(http://www.lottemagnet.com)은 지난 5월 기린의 옛날캔디라는 아이스 바를 본뜬 '마그넷 바' 를 20% 싼 값에 내놓았다.

하반기엔 패션 등 미투 가정용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킴스클럽의 이용선 과장은 "미투 상품은 선두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베끼기 때문에 개발비 등을 줄일 수 있다" 며 "소비자는 같은 종류의 상품을 비교해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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