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채권영업팀 인력 집단 이동

중앙일보

입력

요즘 여의도 금융가에선 증권사 채권영업팀을 '용병' '외인부대' 라고 부른다. 6~10명으로 팀을 구성해 단기계약을 통해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철새처럼 이동하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들 용병의 거취에 따라 회사의 약정실적이 좌우되면서 채권시장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부국.신흥.하나.키움닷컴.제일투신 등 소형사가 외인부대에 힘입어 5대 강자로 떠올랐고, 채권분야에 정규직원을 투입한 대형사들은 중하위권으로 밀려났다.

◇ 용병을 잡아라=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 현재 계약직 채권영업팀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는 소형사와 신설사를 중심으로 모두 14개사에 이른다.

대부분은 1년 단위의 단기계약을 체결해 위탁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채권중개 분야는 인적관계에 의한 영업 비중이 크고 전통적으로 진입장벽이 두터워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여기에다 채권영업 팀원들은 똘똘 뭉치는 성향을 보여 더 많은 성과급을 쫓아 집단적으로 회사를 옮겨다니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채권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최소 3~4년이 걸려 후발 증권사들은 다른 회사의 팀을 그대로 인수해 시간을 벌려고 든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채권영업팀 스카우트 전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A사는 채권영업팀 전원이 지난해 D사로 옮기자 올해 4월에는 D사의 다른 채권영업팀을 통째로 인수해 보복했다.

◇ 치솟는 몸값=외환위기 이후 금리 급등과 시가평가제 도입으로 국내 채권시장은 크게 팽창했다.

중소 증권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평생 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면서 채권 인력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외인부대 탄생에는 금융계에 성과급 제도가 자리잡은 것도 한몫 했다.

스카우트 열풍으로 용병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이들은 채권 중개에 따른 이익의 일정비율을 회사에 넘겨주고 나머지를 나눠 갖는데, 전체 이익의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계약직 채권영업팀이 벌어들인 중개수수료 등 영업이익이 1백19억원이라고 밝힌 S증권의 경우 9명의 팀원들에게 1인당 평균 3~4억원씩 돌아간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무질서한 인력 빼돌리기를 우려하며 지난 96년 폐지된 '부당 스카우트 방지에 관한 자율결의' 를 부활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채권영업팀의 단체계약이 9월쯤 대거 만료돼 조만간 스카우트 홍역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증권의 정강현 대표는 "몸값 부풀리기라는 비난도 있지만 이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유연한 고용 시스템이 채권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 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 기자 caf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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