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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전 발목·무릎 10분 이상 예열운동 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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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선영(21·여·서울 용산구)씨는 지난달 살을 빼려고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1주일도 못 돼 중단했다. 골반뼈와 넓적다리뼈가 만나는 부위가 쿡쿡 쑤셨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은 이씨의 진단명은 활액낭염. 관절 뼈 사이에서 마찰을 줄여주는 활액낭이 손상돼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의욕이 앞서 잘못된 자세로 달린 게 화근이었다. 이씨는 평소에도 엉덩이는 뒤로 빼고 발은 쿵쿵거리며 뛴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받는 충격이 분산되지 못하고 엉덩이 관절에만 몰려 고관절 손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운동은 집 짓기와 같다.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기초를 다지지 않고 운동을 하다 ‘큰코다치는’ 사람이 많다. 스포츠 손상을 입는 부위는 어깨·무릎·발목 등 주로 관절이다. 스포츠 손상이 잦은 가을, 관절을 보호하며 운동을 즐기는 방법을 알아본다.

관절 보호하려면 근육을 만들어야

달릴 때는 허리와 가슴을 펴고 상체를 앞으로 10~15도 숙여야 충격이 분산된다. 발끝은 11자로 한다. [김수정 기자]

우리 몸에는 몇 개의 관절이 있을까. 줄잡아 20~30개? 아니다. 인체에는 무려 200여 개나 되는 관절이 있다. 이렇게 많은 크고 작은 관절이 협연을 하며 갖가지 동작을 만들어낸다.

 뼈와 뼈를 잇는 관절이 유지되는 것은 인대와 근육, 그리고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근육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김형섭 전문의(재활의학)는 “뼈가 기둥이라면 근육은 시멘트 역할을 한다”며 “근육이 튼튼하게 관절을 붙잡아 주지 않으면 안정성이 무너져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스포츠 손상이 무릎의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다. 자세가 틀어지면서 무릎 뼈를 지지하는 인대가 끊어진다. 하지만 대퇴부의 근육과 무릎 주위의 근육이 튼튼하면 돌발 상황에서도 자세를 바로 잡아 손상을 줄인다.

 이경태 정형외과 원장은 “무릎 관절은 맷돌처럼 아래 뼈 위에 위 뼈를 얹어놓은 단순한 구조”라며 “평소 레그 익스텐션(의자에 앉아 다리를 위로 펴는 운동)과 같은 운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운동은 하체의 체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평소 하체 근력을 키우는 것은 필수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책임연구원은 “달릴 때는 체중의 두 배 이상을 견딜 수 있는 근육이 필요하다”며 “평형·근력·근지구력·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성 높여 찢어지거나 뭉치는 증상 막아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준비운동은 관절과 근육을 따뜻하게 만드는 예열 작업이다. 고무줄의 온도를 높여 주면 잘 늘어나는 원리와 같다. 이를 위해선 같은 동작을 가볍게 반복해 줘야 한다.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가벼운 스윙을 하는 것이 좋은 예다. 반복된 동작을 통해 해당 부위에 혈액이 흐르도록 해 온돌처럼 관절을 덥힌다. 탕욕을 하고 난 뒤 스트레칭이 잘 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요한 것은 운동 종목에 따라 관절 예열 부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야구나 배드민턴·테니스는 어깨와 손목을, 달리기는 발목·무릎을 10분 이상 집중적으로 움직여 줘야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인대와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은 이렇게 관절이 덥혀진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

 잘못된 스트레칭은 오히려 독이다. 중앙대 의대 재활의학과 김돈규 교수는 “스트레칭을 할 때 튕기듯 반동을 주면서 빠르게 반복하면 탄성 때문에 오히려 근육이 찢어지거나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을 할 땐 정적인 자세에서 해야 한다. 당기는 느낌이 드는 지점까지 근육을 이완시킨 상태에서 5~10초간 유지한다. 김형섭 전문의는 “체열이 남아 있을 때 스트레칭을 해야 근육이 잘 늘어나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 기본 자세를 익혀라

‘바른 자세’도 스포츠 손상을 예방하는 중요한 지표다. TNK 바디스쿨 남규현 트레이너는 “운동 종목마다 근육·관절 ·인대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자세가 있다”고 말했다.

운동 자세는 지속시간·방법은 물론 많이 움직이는 신체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컨대 달리기는 발을 디딜 때 충격을 전신에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해 보이는 운동이지만 반복적인 다리 움직임으로 발목 염좌·무릎 관절 손상을 부를 수 있다.

  성봉주 책임연구원은 “허리를 펴고 가슴을 벌린 후 상체를 앞으로 10~15도 숙여야 충격이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또 엉덩이를 뒤로 빼지 않는지 확인하자. 달릴 때 충격이 허리와 척추에 집중돼 장시간 이어지면 척추 추간판(디스크) 손상될 수 있다. 양쪽 발끝은 11자처럼 일직선으로 유지한다. 팔(八)자로 벌어지면 운동 효율이 5분의 1로 떨어진다.

 등산은 짧게 몇 시간에서 길게 이틀 이상 지속되는 운동이다. 근육의 피로를 낮춰야 한다. 굴곡이 있는 산을 오르내릴 때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도 줄여야 한다. 특히 하산할 때 자세에 신경 써야 한다. 한쪽 무릎에는 체중의 2~3배의 충격이 가해진다. 양손에 스틱을 사용하면 다리에 가해지는 하중의 25%를 줄일 수 있다.

 상체는 뒤로 젖히고 걸음걸이에 속도가 붙는 것을 줄이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굽혀 보폭을 좁힌다. 김형섭 전문의는 “넘어지지 않게 긴장하며 균형을 잡으면 다리 근육에 힘이 많이 들어가 근육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탈 땐 상체에 힘을 빼고 앞쪽으로 구부린다. 핸들을 잡은 팔의 각도가 상반신과 45도, 겨드랑이는 90도일 때 이 자세가 나온다. 허리를 곧게 펴면 척추에 무리가 간다. 배드민턴을 할 땐 강한 스매싱을 피해야 한다. 위에서 힘차게 내리치면 어깨 관절이 180도 이상 회전한다. 이때 관절에 붙어 있는 근육이 꼬이면서 연골이 찢어진다. 특히 중년의 나이가 되면 급출발, 급회전, 급정지하는 운동이나 경기는 삼가는 것이 좋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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