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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피아노 진정 하나될 때 아름다운 천상의 선율 흐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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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정상급 피아니스트 강성애(나사렛대학교 피아노전공·54)교수가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개관기념 리사이틀을 갖는다. 한양대 음악대학을 실기 수석 졸업하고 비엔나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강 교수는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유럽 등지에서 200여 회가 넘는 독주 및 실내악, 피아노앙상블 등을 펼치며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있는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쉰을 넘긴 나이에도 소녀 같은 순수함과 맑은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 강 교수에게 피아노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피아니스트 강성애 교수는 오는 12일 천안예술의전당에서 개관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6살부터 건반을 치기 시작했어요. 음악가족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피아노와 친숙해지는 일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춘기를 지내면서 문학에도 관심이 생겼고 의학 공부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88개의 건반에서 흘러나오는 음의 다양성이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어요. 그때부터 피아노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죠. 지금도 피아노가 운명이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어요.”

피아노와 평생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피아노 사랑이 남달랐던 강 교수에게도 비켜갈 수 없는 크고 작은 시련은 있었다. 특히 예술과 생활을 모두 짊어지고 가야 할 강 교수에게 음악은 풀리지 않는 수학공식처럼 오랜 시간 고뇌해야 하는 숙제나 마찬가지였다.

“유학생활과 육아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또 귀국해서도 엄마이자 교육자면서 음악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지요. 실력 있는 많은 음악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버티다 못해 결국 음악을 포기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연주가로 활동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음악이라는 끈을 놓치지 않게 해달라고 수없이 기도했어요. 이제는 아이들도 성인이 되고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니 평생 피아노와 함께하겠다는 나만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기제킹(Gieseking) 같은 피아니스트로 남는 것이 소망이랍니다.”

강 교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긍정의 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관객들에게 영혼을 울리는 맑은 소리를 전하기 위해 본인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환한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강 교수는 피아노 건반을 치며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피아노와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었을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호르비츠의 이야기 중에 그의 피아노에서는 호르비츠의 소리가 나온다는 말이 있어요. 호르비츠가 피아노인지 피아노가 호르비츠인지 모를 정도로 하나가 되어 천상의 소리를 낸다는 말이겠죠. 저 역시 관객들에게 최고의 피아노 선율을 선사하기 위해 악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와 교감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피아노가 바로 내 자신이기도 하니까요.”

이 때문에 강 교수는 이번 천안예술의전당 개관기념 리사이틀에서도 밝고 맑은 곡들만 선정해 연주한다고 한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대중들도 쉽게 접하고 마음을 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강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엄마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고, 교육자의 자리도 떠나야겠지만 음악가로서의 내 자신은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연주할 것이고 음악계에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출하고 그 에너지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강 교수의 열정이 아름답다. 또 음악이라는 외길 인생을 살고 있지만 결코 후회한 적 없다는 강 교수의 자신감은 오는 12일 펼쳐질 리사이틀을 기대하게 한다.

글= 최진섭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 피아니스트 강성애 개관기념 리사이틀

장소 천안예술의전당

일시 2012년 10월 12일 오후 7시 30분

문의 문화장터 1644-9289

◆ 기제킹(Gieseking)= 프랑스에 사는 독일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1911년 하노버 음악원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1913년에 데뷔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군 연대의 군악대에 있었으며, 1920년대 초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두루 순회공연을 했다. 프랑스 인상파 음악가들뿐 아니라 베토벤, 프로코피예프,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등에 대한 뛰어난 해석자로 알려졌고 피아노 페달을 완벽하게 다루는 연주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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