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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에게 1651차례나 폭언·욕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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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유모(45·무직)씨는 술에 취하면 습관적으로 전화를 거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다산콜센터다. 전화를 걸자마자 그는 상담원들에게 무작정 ‘X팔’ ‘XXX년’ 등 욕을 내뱉었다. 그는 2010년 6월부터 올 8월까지 1651차례 전화를 걸어 욕설과 폭언을 반복했다. 서울시는 유씨의 집 전화와 휴대전화 번호를 ‘악성민원’ 번호로 등록했다. 자동음성안내(ARS)와 구두를 통해 경고 조치를 취했지만 유씨는 “마음대로 하라”며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120콜센터에 전화해 상습적으로 폭언·욕설·협박을 일삼은 악성민원인 4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4일 밝혔다.

오창원 서울시 120기획팀장은 “선량한 시민들의 상담 기회를 빼앗고, 일부 상담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고소하게 됐다”며 “다른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상담원들이 친절하다 보니 장난을 거는 등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전화 뒤에 숨어 반복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해 상담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고소한 4명은 통화 내용이 지나치다고 판단된 대표적 악성 민원인들이다. 주부 김모(50)씨는 특정 상담원을 지목해 지속적으로 통화하며 폭언을 했다. 상담원 H씨는 “처음엔 김씨가 하는 말을 잘 들어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욕설을 일삼았다”며 “공포와 불안감 때문에 일을 그만두려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52)씨는 상습적인 허위 신고로 상담원들을 괴롭혔다. 집 앞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을 견인해달라고 전화했지만 막상 불법 차량은 없었다. 건널목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고장 났다고 신고했지만 멀쩡히 작동했다. 김씨는 허위 신고가 아니라며 고성도 질렀다.

 이모(38)씨는 아예 대화 첫마디를 “XX놈아 이제부터 욕할 거야. 야~”로 시작하며 상담 업무를 방해했다. 현재 120콜센터에서는 상담원 500여 명이 일하며 하루 평균 4만 건의 전화를 받는다. 올 상반기 730만 건의 통화 중 1만3716건이 악성 민원 전화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시정과 무관한 문의와 반복 민원이 27%를 차지했다. 고소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돈이 없는데 공짜로 독도에 보내달라” 등 민원을 하거나, 상담원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상담 시간을 뺏는 경우도 있었다.

120콜센터는 전화 내용의 정도가 심하거나 반복적으로 이어지면 시 전담팀이 특별관리를 한다. 전담팀은 악성 민원인의 전화번호가 뜰 경우 ARS로 통화 내용이 녹음되고 있고, 법적 조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고지한다. 안준호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이번에 고소한 4명은 계속적인 경고에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법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120다산콜센터=서울시와 구청의 각종 안내번호를 하나로 통합해 만든 민원전화 시스템. 국번 없이 ‘120’을 누르면 된다. 2007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해 연중무휴로 운영 중이다. 민원 상담과 함께 생활 주변 궁금증도 풀어준다. 올 2월부터 SNS 상담 서비스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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